[열린세상] 박현수 숲해설가

올해는 무덥던 날이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나 봅니다. 벌써 가을장마 시작과 아침에는 제법 가을 냄새가 풍겨오는 날들입니다. 여름이 덥지 않아 작년과 같이 정전대란이 없어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여름이 없어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사계절 중 가장 에너지가 많은 계절을 꼽는다면 여름일 것입니다. 뜨거운 햇살, 바다를 따라오는 태풍과 산을 넘어 몰아치는 소나기들, 매일 정신없이 변하는 구름들, 무성한 풀들과 빽빽한 나뭇잎, 점점 익어가는 많은 열매와, 곤충들의 요란한 소리들, 어린 새끼를 부단히 챙기는 동물들까지 여름에는 에너지로 가득한 날들입니다. 그래서 열매를 뜻하는 여름이라는 단어가 계절의 이름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사람들도 여름은 에너지의 계절일 것입니다. 봄부터 채워 온 원기를 여름이면 발산하기 시작합니다. 가장 많은 인파가 오고 가는 휴가철이 여름에 있는 것은 무더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몸에 쌓인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사는 모든 움직임에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에너지의 정의는 물리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쉽게 정의하면 물리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에너지라고 합니다. 보통 에너지의 크기는 물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기도 합니다. 단위는 줄[J]로 표기하며 도르래 또는 마차를 이용한 에너지 문제를 구했던 기억이 날 것입니다. 에너지 종류에는 물리학에선 위치에너지, 운동에너지이며 자연에서는 빛에너지, 열에너지, 소리에너지, 화학에너지 등이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쓰는 모든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요? 생태학에선 모든 에너지는 태양 즉, 빛에너지에서 왔다고 합니다. 빛은 지구에 들어오면 다양한 에너지로 사용되는데 기본적인 것은 밝은 빛입니다. 한낮처럼 불을 밝히려면 얼마나 많은 전구와 전기가 필요할까요. 또 빛은 곧 열에너지로 변화되는데 날씨 및 환경에 기본이 됩니다. 생명에 관해 가장 중요한 빛에너지의 역할은 생산을 할 수 있는 식물들을 키우는 일입니다. 보통 우린 광합성이라고 말하는데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으며 지금까지 진화되어서 온 것은 바로 빛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현재 대부분 사용하는 에너지도 역시 식물이 만들어놓은 에너지입니다. 석탄이야 쉽게 이해하게 되지만 석유는 그때 당시에 식물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결과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아가 지금 먹는 음식, 조리하는 가스, 차를 움직이는 기름, 우리가 입는 옷, 건물을 짓는 시멘트의 원료, 하나하나 살펴보면 과거 혹은 현재의 식물들이 만들어 놓거나 먹이로 공급된 것들입니다. 결과적으로 식물을 제외한 지구의 어떤 생명도 생산하지 못하고 소비만 하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생산자의 중요성에 대한 것을 이해하였다면 남은 것은 소비자들에 대한 윤리입니다. 지구에 떨어진 빛에너지를 식물들이 변화시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면 이 에너지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현재 지구상에서 만들어지는 또는 만들어져 있는 에너지는 대부분 인간이 독점으로 사용합니다. 산림은 인간들의 목재로 사용되며, 순환되는 화합유기물을 인간이 모아서 비료 및 2차 에너지로 사용합니다. 토지 역시 같은 소비자인 생명들을 넘어 생산자인 식물의 영역까지 소유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에너지 불평등입니다.

그럼 에너지를 소유한 인간들은 모두 공평할지 생각해보면 아닙니다. 어느 몇몇의 인간들이 에너지를 소유합니다. 에너지 자체에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니 몇 단계의 가공을 거쳐 소유권을 인정받아 독점하게 됩니다. 이 것은 공평하게 사용해야할 에너지를 다시 불공평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생태주의에서 에너지는 모든 생명이 같이 누려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당장 에너지를 함께 나누어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의 윤리적인 에너지 분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풍요롭게 누리고 있는 에너지는 다른 생명들이 함께 사용해야 할 것을 빼앗고 영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입니다. 지금 인간이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에너지는 마음을 함께 나누어줄 수 있는 마음에너지입니다. 주위의 생명에게 작더라도 마음에너지를 나누어 보는 것이 모든 생명이 함께 하는 첫 발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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