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 직지코리아 페이스북 캡쳐

"21세기에 발명된 두개의 위대한 물건이 있다. 하나는 아이폰이고 다른 하나는 킨들(Kindle)이다"

킨들 개발의 주역인 '제이슨 머코스키'가 한말이다. 킨들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드러난다. 디지털 혁명을 일으킨 '아마존 킨들'은 출판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인 기기(器機)다. 킨들은 아마존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이름이자, 전자책 서점의 이름이다. 물론 킨들이 첫 전자책 단말기는 아니다. 2007년 킨들이 나오기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가 시장에서 경쟁을 치렀다.

'마이크로소프트 리더', '소니 리더' 처럼 IT업계의 공룡들도 e북을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으며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킨들은 무선통신 기능을 지원해 사용자가 전자책을 내려받을 때 단말기를 컴퓨터에 연결하지 않고도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책 1권을 내려받는 시간도 1분을 넘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독자가 읽던 페이지를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책을 다시 읽을 때 마지막으로 읽은 곳을 펼쳐줬다. e북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전자책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머코스키'는 2년전 서울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4'에서 "전자책이 책의 소비 방식을 대폭 바꿀 것이다. 전자책의 등장은 성경의 보급에 견줄 만한 혁신이다"이라고 밝혔다. 성경보급은 1450년 독일인 구덴베르크가 찍은 '45행 성서'를 말한다.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촉탁직원으로 근무했던 고 박병선 박사가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을 발견하기 전까지 서구인들은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를 만든 장본인은 구덴베르크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지는 '45행 성서'보다 73년이나 앞섰다.

e북과 금속활자의 공통점은 출판인쇄문화를 혁신시킨 당대의 첨단제품이라는 점이다. 금속활자가 발명되면서 균일한 품질의 책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지식과 문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었다. 엄청난 양의 책을 언제 어디서든 손바닥 안에서 읽을 수 있는 e북 역시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놀라울 만큼 많은 즐거움과 정보를 제공한다. 머코스키가 킨들을 21세기의 위대한 물건이라고 추켜세운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킨들은 타임지가 세상에 영향을 끼친 IT제품 베스트 50중 28위에 뽑혔다.

킨들을 낳은 머코스키가 오는 9월 직지의 고장 청주를 방문한다. 직지코리아 국제 페스티벌인 '골든씨드 라이브쇼'에 영국의 천재과학자 루이스 다트넬 등과 함께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강연쇼를 펼친다. 명저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에서 전자책 혁명으로 시작된 종이책과 전자책의 대립 구도가 미래에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준 그는 디지털기술의 개척자이자 미디어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글도 좀 안다는 머코스키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언어는 디자인 관점에서 정말 내 마음에 든다. 한국의 한글이 그런 글자다. 아주 균형이 잘 잡혀있고 곡선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e북 엔지니어지만 종이책을 사랑하는 인문주의자가 머코스키가 금속활자의 고장 청주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고 갈지 궁금하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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