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충북도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김양희(김양희 27표, 박종규 1표, 이숙애 2표, 최광옥 1표) 의장이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신동빈

한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방의회의 '감투싸움'이 막을 내렸다. 충북도의회가 사상 첫 여성의장을 배출한 것을 끝으로 도내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이 마무리됐다. 도의회를 비롯 각 시·군의회의 의장단 선출과정은 파행(跛行)과 파란(波瀾)의 연속이었다. 온갖 구설(口舌)과 낯 뜨거운 루머가 난무했다. 의장선출 과정은 늘 시끄럽기 마련이지만 후반기는 유독 심했다.

증평군의회는 다수당 내분으로 소수당 의원이 의장직을 차지했는가 하면 보은군의회는 새누리당 상임위원장 독식으로 더민주당 의원들이 개원초부터 위원회 활동을 보이콧했다. 도의회는 의장직을 1년씩 교대로 하자는 코믹한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의장선거 과정에서 새누리당 내분으로 도의회는 양당이 아니라 3당체제가 됐다는 말도 들린다.

그나마 금품선거가 자취를 감춘 것이 다행이다. 15년 전 충북도의회 의장선거에선 의원 1표에 1천500만원씩 거래된 적이 있었다. 박카스 한통에 빳빳한 만원권 지폐를 꽉 채워 돌린 것을 충주지역 새내기 도의원이 기자실에서 폭로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일부 도의원들이 어물 쩡 받았다가 줄줄이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그 와중에도 몇몇 의원들은 깊이 자성(自省)하기는 커녕 도의회를 먹칠했다며 금품선거를 폭로한 젊은 의원을 비난했다. 90년대 모 기초의회에선 모(某) 의장 후보가 황금열쇠를 돌렸다가 곤혹을 치렀다. 의장실에 입성하는 것이 많은 의원들의 로망이겠지만 '의장님'소리를 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지방의회 의장은 할 만하다. 널직한 의장실이 별도로 있고 수행비서를 포함해 비서도 3∼4명이 된다. 중대형 전용차는 물론 주변사람들에게 돈 걱정 없이 밥을 살 수 있는 업무추진비도 웬만한 고참 직장인 연봉수준이다. 각종 행사에서도 자치단체장 못지않게 VIP대우를 받으며 주민들 앞에서 인사말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여기저기 행사에 불려다니다 보니 매스컴의 노출빈도도 많다. 간부공무원 조차 의장 앞에선 고개를 조아리니 자연스레 목에 힘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회 의장을 역임했다고 해서 정치적인 위상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역대 지방의회 의장들은 별다른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다. 지방의회 의장이 자치단체장에 당선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군의장을 지낸 박세복 영동군수는 드믄 케이스다. 충북도의장 출신중에는 청주시장, 충주시장 출마에 공을 들인 사람이 여럿이지만 한결 같이 공천을 못 받거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옛 청주시의회 의장과 청원군의회 의장들도 정치적으로 체급이 높아진 사람은 전혀 없다. 심지어 청주시의장을 지냈던 모 인사는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지역구에서 꼴찌로 낙선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역주민들의 의식수준과 기대치를 의장출신들은 착각하는 것이다. 그저 2년 동안 의장으로서 다양한 특권을 누리겠다면 할만한 자리다 하지만 지방의회 의장이 정치적인 사다리 역할을 할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사항이다. 외려 자리에 걸맞는 인격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미지만 실추된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