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52)씨는 벌금 납부 능력이 없다며 구치소行을 택했다. 그는 2006년 12월 경기도 오산시의 땅 28필지를 파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27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전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부과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도 마찬가지 처벌을 받았다. 두 사람은 결국 지난 1일 구치소에 갇혀 2년 8개월, 2년 4개월간 노역을 해야 한다. 이들의 노역은 '일당 400만원'으로 계산돼 '황제노역'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980년 5월 군부장악을 통해 7년 단임의 대통령에 취임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백담사行에 이어 김영삼 정부의 특별법 제정으로 결국 감옥에 수감돼 형사법 범주의 처벌을 받았다. 퇴임 30년이 지났지만, 그의 자녀들까지 혹독한 '치도곤'을 받는 신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전두환과 같은 처벌을 받아 2천억원대 추징에서 자유롭지 않다. 6공의 황태자라 불렸던 사촌 처남 박철언씨는 집권당시 슬롯머신 비리로 구속됐고, 정치적으로도 '미아' 신세가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장남 현철씨가 기업으로부터 이권청탁과 함께 6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그는 재임시절 '친인척 비리 엄단'을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예외가 되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아들 모두 비리에 연루됐다. 결국 둘째, 셋째는 옥살이를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에서 우습게 봤던 한국에 패배하자 화 난 이탈리아 언론은 대통령 아들의 구속을 한껏 부각했다고 한다. 한국의 부정부패와 '불공정 축구 경기'를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 였다. 그는 소위 '태광실업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와 소환 등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는 치욕적 상황이 전개되자 '부엉이 바위 자살'을 택했다.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무사 할리가 없었다. 그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은 2012년 7월 저축은행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아 결국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이 현직이었지만, 예외가 되지 못했다. '상왕정치·형님정치'라는 신조어를 낳았던 그는 2015년 포스코 비리에 연루돼 다시 검찰 수사 끝에 기소됐다.

현직인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직선제 단임 대통령들이 겪은 운명이자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대통령 1인에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다.

지난 30년 간 아무도 '부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마침 정세균 국회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는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물꼬가 트인 '개헌' 논의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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