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축사노예 만덕이' 사건] 청주시, 전국 최초 전수조사 결과

지적장애인 고모씨 학대 사건과 관련해 청주시 박철석 복지교육국장이 21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사건경위와 지원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용수

지난 4월부터 전국 최초로 진행된 청주시 장애인 전수조사에서 등록 장애인 중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2명의 지적장애인 소재가 불분명하고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46명 거주지 불분명 … 수사의뢰= 박철석 청주시 복지교육국장은 21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 등록 장애인 3만7천여 명 가운데 46명의 거주가 불분명하다"며 "이중 2명의 1급 지적장애인의 행방이 묘연해 경찰에 수사의뢰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들이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장애인 연금·수당을 받지 않아 법적 '관리대상'은 아니다"라며 "이사를 갔거나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해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해당 지역 복지관련 공무원을 투입해 거주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2명이 행방불명됐다는 점이다. 지적장애 1급 A(22)씨는 의붓아버지, 친모와 생활해왔다.

지난 2009년 7월 친모가 사망하자 2011년 6월 의붓아버지와 함께 청주에 전입한 것으로 주민등록 서류에 기록돼 있다.

이후 A씨의 생활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청주의 주소에 실제 거주하지 않아 2014년 1월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현재 A씨의 의붓아버지도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적장애 2급인 B(28)씨도 2014년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B씨는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계모와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부 사망 후 형제들과 함께 거주해왔으나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시는 B씨의 형제와 통화했으나 "행방을 모른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지적 능력이 유치원생 수준인 지적 장애 1~2급이어서 보살펴주는 부모 등이 없으면 혼자서 생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학교에 다닌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만덕이 사건의 장본인 지적장애인 고모(48)씨처럼 강제 노역을 당하거나 학대받는 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범죄와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한 시는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조만간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들 외에 46명에 포함된 또 다른 지적장애인 1명은 주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시는 경찰 등과 집을 방문해 확인하기로 했다.

김기석 장애인 복지팀장은 "A씨와 B씨를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며 "하루 빨리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노역 피해장애인 지원 대책 마련= 시는 고씨에게 긴급지원 생계비 92만원를 지원했다. 또한 장애인복지관, 오송읍 복지회 등을 통해 쌀과 생필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장애인연금 지원 가능여부 확인을 위한 통합조사가 진행중이다.

또한 고씨 경찰조사 시 동행할 수 있는 신뢰관계 대리인 지원, 의료지원, 법률자문을 위해 지난 20일 솔루션위원회를 개최해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1일 충북도청 브리핑룸 앞에서 '지적장애인 축사 강제노역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엄벌촉구와 충북도의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신동빈

◆"장애인, 소중한 사회 구성원"=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이날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적장애인 19년 축사 강제노역' 사건과 관련,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심적, 경제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적장애인은 노예도 격리의 대상도 아니며 피해 당사자는 결코 자신이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유를 빼앗기고 인권을 유린당했지만 이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며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적장애인은 노동착취, 학대, 불법감금, 성범죄, 인신매매 등 학대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며 "19년전 실종신고에 경찰이 신속하게 대처하고 행정기관이 관심있게 지켜봤다면 이 사건은 조기에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충북도 시·군 담당과장 긴급회의 개최= 한편 충북도는 오는 8월까지 도내 전 지역에서 실시되는 장애인(지적·자폐·정신) 전수조사와 관련해 21일 시·군 장애인업무 담당과장 회의를 개최하고 이번 조사가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각 시·군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회의에서 도는 '지적장애인 축사 강제노역'과 같은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이·통장, 직능단체 등 협조를 통해 전화 및 방문조사를 철저히 하며, 인권유린에 취약한 농촌·산간·오지지역의 축사나 농장, 사업장 등에 대해서 관할 지구대와 협조해 철저히 조사해 줄 것을 당부했다.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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