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다"

[중부매일 김정하 기자] 김동화 충북 산악전문팀 직지원정대 대장이 전국에서 8명 선발하는 '제 4차 남극 장보고 기지 탐사대 레스큐(구조)팀'에 뽑혀 24일 남극으로 떠난다.

김 대장은 오는 12월까지 두달동안 연구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영하 40도의 기온 속에서 남극기지 인근 반경 약 250km를 탐사하게 된다. 레스큐팀으로 충북 산악전문가가 발탁되긴 이번이 최초다.

김 대장은 남극 극지연구소와 OBK (OUTWARD BOUND KOREA)의 훈련과정을 통과하고 '레스큐3(지상·고공·해상) 인터내셔날' 국제 자격증을 보유해, 인명구조·극지생존 등의 전문가로 인정받아 레스큐팀의 일원이 됐다. 이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국내에 30명도 채 되지 않는다.

레스큐 훈련은 훈련을 받을 기본 자격 조건도 까다로워 아무나 도전할 수도 없다.

기초체력을 물론이고 풍부한 산악 경험, 극지 생존경험을 기본으로 하고, 크레바스(빙하 틈) 구조 훈련, 극지 응급처치 훈련(저체온 증, 동상 등)을 완벽히 수행해야 통과할 수 있는 어려운 훈련이다.

여기에 이번 선발에서 가장 주요하게 꼽혔던 점이 독도법이다. 남극에서의 유일한 통신수단은 무전기인데 무전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지도만 보고 탐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장은 수많은 산악 고봉들을 오르내리며 독도법의 달인이 됐다. 위도와 경도만 보고도 지도 상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탐사대 레스큐팀에서 50살이 넘었는데도 30대 젊은 피들의 맏형격으로 발탁됐다.

김 대장의 남극 기지 탐사대 지원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번번히 낙방하다 3년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는 수년간 남극 탐사를 지원한 이유로 '도전'이란 단어를 꺼냈다. 그동안 수많은 극지의 산봉오리를 올랐지만 그에게 있어 남극은 아직 미지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의 나이 56살.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그는 죽을 때까지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살아있는 한 도전을 계속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길을 잘 따라올 수 있게 길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서 그는 '불곰'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평소 산을 오르내리는 스타일이 곰처럼 우직한 모습은 물론, 한번 목표를 정하면 멈추지 않는 성격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불곰처럼 강인한 심장을 가진 데서 그렇게 불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09년 가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6천441m) 원정 당시, 직지원정대 2명의 대원(故 박종성, 민준영 대원)이 실종됐다. 현장에 있던 박연수 직지원정대장과 윤혜원(24) 여성 대원이 넋을 놨을 때, 먼저 장비를 챙겨들고 후배들을 찾아 나선 게 그였다.

그때 그가 했던 생각이 '나까지 실음에 잠기면 후배들이 동요할 것이다', '실종된 대원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였다.

이처럼 평소 후배들에게 기둥이 되고, 정신적 지주가 되면서 말수가 적은 그였지만 남극 탐사를 앞둔 그의 표정은 설레보였다.

직지원정대는 개척 등반을 하고자 충북산악구조대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해외원정 등반대이다. 2006년 가을, 충북 구조대원 종합 훈련등반 중 의기투합해 만들어졌다. 직지원정대는 세계의 고봉에 새로운'직지루트'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를 누볐다.

< 다음은 일문일답 >

▶남극 탐사대에서 맡은 역할은.

- 남극 장보고 기지에는 지질 분석 등 많은 연구원 팀들이 참여한다. 그 중에서도 연구원들의 안전교육을 맡았다. 또 반경 250km에 달하는 탐사구역을 연구원들과 함께 동행하며 안전을 책임지게 됐다. 탐사 기간은 2달이다. 탐사대는 남극의 백야현상(해가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는 짧은 시기를 이용해 지질연구와 생태연구 등을 진행하게 된다.

▶레스큐팀에 선발되기까지 과정은.

- 레스큐팀에 지원을 하고 싶어도 일반인은 지원자체가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남극 극지연구소와 OBK (OUTWARD BOUND KOREA)의 훈련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 훈련을 받기 위해서도 수많은 경험과 경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훈련을 마치면 '레스큐3'라는 자격증이 주어지는 데 전국에 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30명 남짓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13년 처음 남극 탐사대의 존재를 알게 된 뒤 3년간 계속해서 지원서를 냈다. 그러다 드디어 올해 탐사대 레스큐일원으로 선발됐다. 아마 충북에서는 최초가 아닐까 싶다.

▶등반가인데 남극 탐사대에 지원한 동기는.

- 남극은 미지의 세계 아닌가? 히말라야를 비롯해 전 세계의 고봉들을 많이 갔지만 아직 남극은 가보지 못했다. 나에게 있어서 미지의 세계인 남극을 간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개척한다는 의미다.

나는 항상 도전을 하고 싶다. 다음에 60, 70살이 된다해도, 죽는날까지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지원했다. 가족들도 늘 등 뒤에서 나를 응원해줘 큰 힘이 됐다. 자식들에게도 아버지가 늘 도전하고 산다는 것을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보니 여느 등산 때처럼 '도전'만을 목표로 삼고 가는 것이 아니다. 인명구조 전문가로 파견됐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안전을 맡는다는 막중한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혹시 걱정 되는 것이 있다면.

- 남극은 지금 영하 40도 이하다. 거기에 시도때도없이 강한 블리자드(눈보라)가 불어오는 곳이다. 블리자드가 불기 시작하면 앞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다. 눈도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향도, 위치도, 공간도 인식하지 못하는 '화이트 아웃'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작은 무전기 하나에 의지해 본부와 연락을 취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교신이 불통될 수도 있다. 또 탐사반경이 250km나 된다. 헬기와 스노모빌 등을 이용해 탐사지역까지 간 뒤 텐트를 치고 인근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번 텐트를 친 뒤에는 본부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 지역에서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견뎌야한다. 25년 간 독도법과 인명구조, 빙하지대 탐사 등을 해온 내가 이번에 레스큐팀으로 선발된 이유가 여기 있다.

▶남극탐사 이후 계획은.

- 극한의 도전을 이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단어가 있다. 바로 '3극지' 이다. 3극지는 남극과 북극, 에베레스트 정상(8천488m)을 말한다. 이 3곳을 정복하고 싶다. 생각만해도 행복한 도전이다. 이번 남극 탐사가 3극지 정복에 대한 첫걸음이다. 일단 첫발을 내딛고 보니 솔직히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누가보면 나이도 많은 데 왜 그렇게 무리한 도전들을 하느냐고 묻겠지만 나의 발걸음이 후배들의 발자취가 돼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또 뻔한 말이라고 하겠지만 '충북의 국가대표'라는 마음에 도민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꿈이 돼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나를 보고 세상살이에 좌절한 사람들이나 지친 사람들 한명이라도 꿈을 가져주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번 남극탐사는 건강히, 무사히 잘 다녀오겠다. 관심가져주고 성원해주신 도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김정하

 

김동화 직지원정대장은?

 



- 61년생, 청주 금천동 거주

- 1997년 백두대간 종주

- 1999년 일본 북알프스 등정

- 2004년 유럽최고봉 엘루루주 등정

- 2006년 한국인 최초 티벳 치즈봉 등정

- 2008년 파키스탄 히말라야 카라코룸 산맥 직지봉 등반

- 2009년 네팔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 등반

- 2010년 네팔 히말라야 히운출리 남벽 등반

- 2015년 키르키즈스탄 레닌봉 등정

- 클라이밍·가이드·산악 지도경력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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