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 엘리사벳

지난 봄, 지금의 일을 다시 시작하면 여유로운 평일을 누릴 수 없어 조금 이르더라도 송광사의 봄을 만나러 갔었다. 송광사에 갔을 때에는 가을에 다시 오고 싶었다. 그렇게 내내 기다렸고, 가을이 깊어졌을 때 다시 송광사를 찾아갔다. 나뭇잎이 채 나기도 전이었던 이른 봄보다는 더 근사했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예전에 갔던 길을 다른 계절에 찾는다는 것, 참 근사하다.

색이 입혀진 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편백나무 숲에서 잠시 쉬면서 내 모습도 사진에 담아본다. 봄에 갔을 때 산수유 꽃에 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산수유꽃이 만발했던 곳 앞에 해우소가 있었는데, 들어가는 문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그 해우소를 들어가봤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 당연히 현대식(?)인 줄 알았는데. '어머나' 밑이 '뻥' 뚫린 화장실인 것이다. 거기다 구멍도 그냥 직사각형 네모…. 휴대폰이든 뭐든 떨어뜨리면 꺼낼 수 없는 깊이….

볼일을 보는 게 아니라 완전 '덜덜' 떨면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정말이지…. '근심을 푸는 곳'이라 해서 '해우소'인데 나에게는 공포의 장소였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아주 오랜만에 장노출을 담아본다. 참 재밌다. 가을색이 입혀지니 정말 아름답다며 우리는 오길 잘했다고 좋아했다. 가을을 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여러가지 모습으로 각자의 가을을 담는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빨간 눈물방울이 알알이 맺힌듯 예쁜 '피라칸사스'. 핀이 맞지 않은건데도 그냥 사진이 좋다. 송광사의 가을에 취해 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벌써 반나절이 지나고 있었다.

멀리 가는 여행은 더 많은 체력을 요하지만, 장거리를 오가는 동안 많은 시간을 들이며 했던 수많은 생각들. 그리고 많은 준비와 마음가짐 후에 만난 모든 것들이 무언가 더욱 많은 것으로 내 가슴을 꽉 채워준다. 그 것이 그 계절을 풍성하게 해주며, 그 다음 계절을 더욱 설레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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