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 변종만

고속도로가 사방을 빠르게 연결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가끔은 느리게 사는 것이 좋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천천히 가야 자세히 보이고, 새롭게 느껴지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다.

볼거리가 많은 축산항의 이곳저곳을 자세히 둘러보고 7번 국도로 나가면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날씨 맑고 바다색깔 푸른 날이 어디 흔하던가. 마음을 열어야 행복이 찾아오듯 자유도 환경이 주어졌을 때 누려야 한다. 계속 오른쪽 바닷가의 굽잇길을 달리며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만끽한다.

축산해양체험장에서 산모롱이를 끼고 돌아서면 길게 이어진 해안선이 동서를 가르는 사진리 바닷가를 지난다. 크게 다를 건 없지만 가는 곳마다 어민들의 생활모습에서 색다른 풍경을 찾아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영해면 대진2리 방파제 옆에서 구한말 항일 의병활동을 전개한 김도현의 유적지 도해단(蹈海壇)을 만난다. 벽산 김도현은 경술국치 후 망국의 한이 어린 땅에는 묻힐 곳이 없다며 대진 앞바다에 몸을 던진 의병장이다. 대진1리를 지나면 하나의 해변처럼 보이는 대진해변, 덕천해변, 고래불해변이 연달아 나타난다.

병곡면에 위치한 고래불해수욕장에 도착하면 고래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이 입구에서 맞이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게 예술이라 고래 위의 벌거벗은 여인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궁금하다. 고래불이라는 지명의 불은 뻘의 옛말이고 고래불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의 이색이 병곡 앞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물을 내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은 것이란다.

고래불해변은 타원으로 펼쳐지는 명사 20리와 병풍처럼 둘러쳐진 송림을 자랑한다. 이곳의 금빛 모래는 굵고 몸에 붙지 않으며 예로부터 찜질을 하면 심장 및 순환기 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겨울여행은 해가 짧아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이번 바다여행은 볼거리가 많아 더 부지런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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