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요즘 각 정당의 대선후보 선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5월 9일이 선거일이고, 4월 15일과 16일이 후보자 등록일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10여일이 후보자 경쟁의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정당의 후보자가 확정되면 각 정당은 정당대로, 개별 대선주자들은 대선주자대로 마지막 본선을 위한 치열한 경쟁과 전략적 합종연횡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대통령 궐위에 따른 보궐선거로, 차기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취임을 하고 5년의 임기를 시작하여야 한다. 즉,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 등 대통령 취임을 위한 별도의 준비기간이 없이 곧바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유권자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짧은 선거기간으로 인하여 각 대선후보들의 선거공약을 제대로 살피고 검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이념대립과 보혁 대결, 선명성 경쟁으로 치달을 경우 정책대결보다는 돌발된 이슈가 선거판을 뒤흔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각 후보들의 선거공약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통해 보다 구체화되고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대선공약은 보통 대통령의 임기동안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국정기조이자 해당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지만, 그 시행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특히, 종전의 제도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정책의 틀을 갖추는 경우에는 다음 정부는 물론, 중장기적 국가발전의 측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각 대선주자들의 공약 가운데 종전의 제도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분야 중 하나가 교육 분야, 그 중에서도 대학정책에 관한 것이다. 정당을 불문하고 주요 공약 내용은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한 반값 등록금 또는 등록금 면제, 국공립대학의 공동입학과 공동학위제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평준화, 교육부 기능축소, 창업교육의 강화 등에 관한 것으로 요약된다. 대체로 보면, 주로 하드웨어적 측면에서의 제도개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대학을 둘러싸고 논의되고 있는 국민적 관심사항들을 일부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공약들은 해당 정책의 사회적 필요성과 타당성, 정책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정책집행을 위한 소요재원의 분석과 조달 방안, 정책수행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과 대응방안 등에 관하여는 불분명한 실정이다.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의 교육철학이나 국가시스템으로서의 교육제도에 관한 인식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특히, 미래 사회에 대응한 교육의 목표와 방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차기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 대학의 외부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함과 동시에, 소위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의 사회 및 산업수요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체제로의 개편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의 혁신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국가변혁기의 교육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어떻게 잡고, 관련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국가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 정부가 대학교육 정책 방향을 수립하려면 다음 사항들이 반드시 검토되고 반영되어야 한다. 첫째,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다. 앞으로의 대학은 지금처럼 정부의 간섭이나 통제 하에서는 결코 자생적 발전역량을 갖출 수가 없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중시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의 대학정책 기능의 재정립이다. 지금의 학교운영 시스템으로는 미래의 인력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육성을 위해서는 학생선발, 학사운영, 행·재정체계 등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셋째, 정부의 재정지원은 국공립대학과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고등교육체계의 발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전국의 주요거점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기간 교육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야 하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각 지역이 균형 있게 상생·발전되어야 한다. 재정지원방식도 사업지원이 아닌 기본교육비용 지원이라는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현재 제시된 공약들은 선후가 바뀐 느낌이다. 무엇을 위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거와 구체적 실천 방법론이 부족하다. 여전히 종래의 대학교육 정책의 연장선상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다. 좀 더 깊이 있고 거시적인 고등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먼저 설정한 다음, 그에 부합하는 정책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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