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18. 인도-조드푸르

조드푸르 전경

후후커플은 ?
"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

인도 여행에 대해 말하자면, 연착되기로 악명높은 인도 기차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조드푸르행 기차 시간은 오후 8시였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호스트에게 양해를 구해, 기차 시간까지 휴게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아뿔싸, 기차가 점점 연착되기 시작했다. 도착 예정 시간이 자정이 넘어가자 조바심이 났다. 체크아웃한 지 벌써 12시간도 넘은 데다 새벽엔 릭샤(자전거나 3륜차 등을 개조해 동남아시아에서 이용하는 흔한 이동수단)도 없을까 봐 걱정하는 우리에게, 호스트는 릭샤꾼을 하나 잡아주겠다며 도리어 우리를 안심시켰다. 잠깐 눈이라도 붙이라며 매트리스까지 깔아주는 그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결국 새벽 네 시, 연착 8시간 만에 기차를 탔다. 인도 기차 신고식을 제대로 치른 날이었다.

조드푸르의 또 다른 모습

우리가 탄 슬리퍼(Sleeper) 칸은 인도 기차 침대칸 등급 중 가장 저렴하고 시설도 열악한 곳이다. 영화 <설국열차>의 꼬리 칸을 상상하면 쉽다. 인도 기차는 클래스에 따라 좌석칸 및 침대칸으로 나뉘는데 침대칸은 슬리퍼, 3A, 2A, 1A 4가지로 나뉘는데 가격은 거의 두 배씩 차이가 난다.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3A와 슬리퍼 칸은 정말이지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데, 바로 에어컨과 창문의 유무다. 3A와 달리 슬리퍼 칸엔 창문이 없어 바깥바람과 먼지가 다 들어온다. 더워도 천장에 달린 선풍기가 다다. 인도 기차의 3A와 슬리퍼 칸에서 자고 났더니,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인지 슬리퍼 칸엔 서민층들이 주로 타고, 3A부턴 깔끔한 옷의 꽤 높은 계층의 사람들이 타고 있는 것 같았다. 현실판 설국열차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약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조드푸르(Jodpur). 인도 라자스탄 지방에는 핑크시티 자이푸르, 블루시티 조드푸르, 골드 시티 자이살메르가 있는데, 조드푸르는 이 다채로운 지방의 푸른 도시라 불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영화 <김종욱 찾기>의 배경이 된 곳으로 더 유명하다. 임수정이 인도로 배낭여행 왔다가 공유와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그 영화의 배경이라는 것만으로도, 조드푸르에 대한 판타지는 충분했다. 첫사랑과 여행은 언제나 모든 사람을 설레게 하는 소재니까.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릭샤를 잡아타고 한참을 갔다. 조드푸르에 내리자마자 온통 파란색인가 기대했는데, 역 근처는 다른 인도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릭샤꾼들과 빵빵거리는 경적을 뚫고 소가 지나다니는 곳. 그래, 이게 인도지. 릭샤도 지나지 못하는 좁은 골목에 다다라서야 조금씩 파란색이 보인다. 사진에서 봤던 푸른 조드푸르의 모습은 조드푸르 성벽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었다.

조드푸르의 미로 같은 골목 모습

미로같이 복잡하고 좁은 골목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마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에 와있는 것 같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법한 골목에서 파란 집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하늘색 페인트를 부어놓은 것처럼 예쁘게 칠해져 있는 벽을 보면, 마냥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사람들은 '기대한 것보다 별로 파랗지 않더라'라며 다른 도시를 추천했지만, 나는 오히려 모든 곳이 파랗지 않아 더 예뻐 보였다. 파랗지 않은 집들이 몇몇 파란 집들을 더 돋보이게 해주니까. 황토색 건물이 지나면 푸른 벽을 가진 집이 보이고, 또 모퉁이를 돌면 바짝 붙어있는 집들 저 멀리 또 파란 계단이 보이는 게, 마치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는 것 같다.

영화 <김종욱 찾기>가 아니었더라도,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동화와 판타지를 줄 만했다. 예쁘니까. 하지만 인도인들에겐 마냥 예쁘지 않은 곳이다. 법적으론 폐지되었지만 아직 뿌리 깊게 남아있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시각적으로도' 존재하는 도시인 셈이다. 파란색은 인도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을 의미하며, 예부터 브라만이 사는 집을 표시하기 위해 집 전체를 파랗게 칠했다고 한다. 마냥 예쁘다고 칠해진 게 아니라니. 괜히 의미를 알고 나니 푸른색이, 이 블루시티가 다시 보인다.

조드푸르에서 만난 아이들

그런데도 조드푸르가 더 예쁘게 기억되는 건, 그 비좁은 골목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 작은 아이들 때문이다.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유독 밝고 해맑은 아이들. 우리가 지나기만 해도 원래 알던 사이마냥 "할로, 할로!" 우리 길을 막고 서로 인사하려고 하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 마음이 절로 무장해제 되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눈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지나가는 누구든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

조드푸르 성벽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조드푸르 성벽에 올랐다. 푸른 집들을 품은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성벽에 걸터앉았는데, 해질녘 노을이 도시 골목골목에 스며든다. 푸른 도시가 노랗게, 빨갛게, 그리고 주홍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더는 푸른 집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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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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