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필자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시각디자인과 테마파크 설계분야 업무를 위해 미국에서 15년을 생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건축은 흔히 '생활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혼자 그리는 것은 '그림'이며 함께 그려가는 것이 '설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대인의 생활에 있어서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흔히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으로 통한다. 그래서 그 누구도 무관심을 이기는 장사 없다. 현대인들은 자기 편한 데로 생각하고, 남에게는 철저히 무관심한 가운데 살아간다. 나 살기도 바쁜데 남들과 아웅다웅 부딪치기 싫기도 하거니와 간섭받거나 간섭하기 싫으니 아예 독신으로 살아간다.

여기에 더하여, 일본이라는 이웃국가는 이웃들과 이해관계로 싸우거나 부딪칠게 없는 나라 중에 으뜸이다. 남에게 피해만 안주면 되니까 인정이나 배품을 모르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우리풍속처럼 찾아뵙지 못하더라도 뭐라 하지 않는 무관심의 나라다. 철저히 너는 너 나는 나다. 끈끈한 정으로 살아간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정 때문에 미운 정 고운 정이 든다는 시대가 저물고 정 때문에 슬퍼하거나 사별(死別)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찾기 쉽지 않다. 이처럼 무관심한 사회가 키우는 것은 무엇일까? 간섭 없이 생활하면 편하지만 정(情)이 없으며, 행복(幸福)지수가 낮다.

성서에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느니라.'했다. 인간은 누구나 허물투성이이다. 허물은 화려하게 외부포장을 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와 국가는 이시대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하여 지역마다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지역민들을 위한 갖가지 사업들도 구상한다. 그것이 바로 '지역문화'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청주야행, 문화도시 특화사업, 청주읍성큰잔치, 청원생명축제, 청주공예비엔날레 등 수많은 축제와 행사를 준비하여 시민들과 함께 즐거움과 기쁨과 지역만의 특색 있는 자리를 제공하려 힘쓴다.

그러나 막상, 시민들은 무관심하다. 언제나 시민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냉정하다. 지금처럼 무관심한 문화인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도시의 미래도 밝을 수 없다. '문화소외계층'이라 불리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연로한 어르신들의 환경이나, 유아 청소년들과 같은 경제력이 부족한 계층들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는 '문화수혜계층'이며 비로소 문화인이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려는 한 가지 현실이 있다. 그것은 '문화거부계층', '문화무관심계층'이 급속도로 자라나고 있다는 현실이다. 그들에게는 시간과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예를 들어 3,500명의 시청공무원들을 상대로, 이제 20년 역사에 10회를 자랑하는 청주공예비엔날레 몇 번이나 가보았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묻는다면, 그 답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다. 그리고 85만 청주시민들 가운데 비엔날레를 와본 시민들의 숫자는 과연 몇 퍼센트나 될지 궁금하다.

40일 동안 현장을 지켜본 필자의 눈에는 솔선해야할 공직자와 지역대학의 교수님들, 그리고 지체 높으신 기관단체장들이나 공직자들의 참여도는 무관심에 가깝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 바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탓하기 이전에 시민들이 기다리고 자랑할 만한 행사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행사만 수준 높고 우수하다면 오지 말라 해도 오실 것이기 때문이다. 몰라서 못 오는 분들에게는 나의 책임이요! 알고도 못 오는 것은 시민들의 자유이다. 청주와 대한민국의 행사를 넘어 세계인들의 예술축제가 되어가는 '제10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기대하자. 그리고 이번에는 주변의 가족 친구들 그리고 멀리사시는 지인들께도 한번 자랑해 보자. 반드시 한편의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유익하고 재미있는 값진 공예비엔날레를 만들어 청주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을 거듭한다. 우리는 친구들과 직장동료들과 부모님과 매일 같이 식사를 한다.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그러나 옆집이나 이웃과 함께 식사를 해본경우는 거의 없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살다보면, 동양인만 만나도 반갑고 같은 한국인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으로 살아가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청주도 이제 한 번, 문화(文化)의 정(情)으로 살아가는 도시가 되어보자. 문화와 예술로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유일한 문화도시 '한국 속의 청주'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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