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클립아트 코리아

지난 6월 27일 정부가 울주군 서생면에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국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그 계속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그 절차의 적절성 및 공론화의 방법 등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새정부의 대선공약인 '탈원전 정책'의 이행을 위해 내려진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 국무조정실이 주도하여 구성하게 될 공론화위원회와 각계각층의 시민대표들이 참여하는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가의 주요정책을 정부나 공적인 국가기관이 아닌 시민배심원단과 같은 조직체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는 찬반이 엇갈린다. 특히, 이번의 에너지 이용 정책과 같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중요정책에 그와 같은 절차와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를 두고는 정치적 견해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그 입장이 나누어진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국가중요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수단으로서의 시민배심원제도가 무엇이고, 그 구성과 운영은 어떻게 하는 것이며, 그들이 실시하는 정책결정의 효력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본래 시민배심원제도(Citizen Jury)란 1970년대 중반 미국의 비영리 기구인 제퍼슨센터(Jefferson Center)가 고안해 낸 사회적 합의형성을 위한 시민참여의 구조화된 프로그램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 제도는 국가의 특정 정책결정으로 발생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정책방향에 대한 결정과정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시민들을 무작위로 참여시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친 다음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일종의 시민 참여적 의사결정방식을 말한다. 이와 같은 시민배심원제도는 199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민배심원단은 보통 자체적으로 토론과 숙의과정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인 15명 내외로 구성되며, 배심원들은 사회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각계에서 무작위로 선정한다. 배심원단은 주어진 공공적 정책문제에 대하여 사전에 제공된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적인 학습과정을 거치고, 이후 개최되는 배심회의에서 찬반 양측의 증인을 대상으로 한 질의응답식의 증언과정과 자체적인 토론 및 숙의과정을 거쳐 정책에 대한 최종적인 방향을 결정한다. 시민배심원단의 구성과 운영은 해당 공론화위원회가 이를 담당한다. 따라서 시민배심원단의 중립적인 구성과 객관적 운영 및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위원회를 합리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민배심원단의 일련의 운영과정을 통해 나온 최종결과는 보통 정책권고안의 형식으로 채택되어 일반에게 공개되고 정부에 전달된다. 시민배심원단이 내린 결정은 어떠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지만, 대체로 정부가 배심원단의 권고를 존중하여 정책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므로 사실상의 정책결정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시민배심원제도는 국가의 중요정책과제를 공론화하여 결정함에 있어서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순수한 시민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으로 직접적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정책결정에 있어서의 전문성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족 및 책임성 있는 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시류에 영합하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질 경우 정권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논쟁이 반복되는 등 국가적인 혼란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번 시민배심원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혜로운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세대의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음 세대에게 경제적·환경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 최선의 정책방안이 도출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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