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만년설·옥빛 호수·초록 잔디…동화 속 세상
하얀 만년설·옥빛 호수·초록 잔디…동화 속 세상
  • 중부매일
  • 승인 2017.08.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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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24. 스위스
산악열차로 3천m 정상까지 달려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료흐 도착
빙하 깎아만든 얼음궁전·전망대
거대 박물관 방불 히말라야와 대조
루체른

후후커플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길목에,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를 거쳤다. 독일을 지나가는 김에 그 유명한 독일 맥주나 마셔보자며, 양조장에서 밀맥주를 두어 잔 시원하게 들이킨 후였다. 양조장에서 바로 만들어서인지 독일에서 마셔서인지, 맥주를 잘 분간 못하는 내게도 맥주 맛은 최고였다. 맥주에 소세지까지, 두어 시간이었지만 어머님, 아버님 모두 좋아하시는 모습에 절로 행복해졌다. 우리가 계속 꿈꿔오던 시간이었다.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 먹을 때, 부모님도 계시면 좋았을걸. 이제는 그 순간에 어머님, 아버님 두 분과 함께니,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행복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마침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에 도착했다.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하는 유럽여행 중 가장 기대도 컸던 곳이다. 작은 브리엔츠 마을에 숙소를 잡은 우리는, 발코니에 나갈 때마다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아직 봄 치곤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버님은 항상 발코니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그날 찍은 사진을 자꾸만 들여다 보셨다. "혜진아, 오늘 다녀온 성당 이름이 뭐지?" 지명과 건물 이름까지 꼼꼼하게 기록하시던 아버님은 우리보다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고 SNS에 올리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어딜 가나 항상 뒤에 멀찌감치 따라오시며, 예쁜 집이나 꽃 사진까지 한 장 한 장 찍으시는 아버님. 예쁜 배경이 보이면, 어김없이 큰 소리로 어머님을 부르시고는 어머님 사진을 몇 장씩 찍어야 마음이 놓이시는 분이셨다.

블라우제 호수 앞에서 시부모님과 후후커플(조현찬·연혜진)이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다음날, 비온다는 예보에 로이커바트 온천으로 향했다. 여행사진의 8할은 날씨라고 하지 않았던가. 로이커바트는 산중에 있는 마을로,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온천욕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직 찬 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온몸엔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우리에게 운도 따라준 건지, 온천에 있는 동안엔 비도 내리지 않았다. 뜨끈한 온천욕에 거대한 바위절벽까지. 마치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블라우제 호수에 들렸다. 1급수에만 사는 송어가 있는 푸른 호수였다. 어쩜 물색이 이렇게 옥빛이 날 수 있을까. 숲속에 있는 이 작은 호수는 마치 요정이 살 것 같은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였다. 기대도 안했던 곳에서 기대 이상으로 멋진 풍경을 본 우리는 하루종일 들떠있었다. 날씨가 흐려 계획과는 틀어졌지만, 그마저도 꽤 괜찮은 하루였다.

융프라우 열차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 연혜진씨

우리가 스위스에 온 건,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를 보기 위해서였다. 산악열차를 타고 3천미터가 넘는 정상까지 갈 수 있는데, 이 융프라우 열차 2일권이 1인당 무려 22만원이나 했다. 유럽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라는 말이 확 실감났다.

인터라켄에서 열차를 타고 그린델발트를 거쳐 처음으로 간 곳은 피르스트(First)였다. 사방이 하얀 눈으로 덮여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한쪽에선 사람들이 푹신한 만년설 위로 스키나 보드를 타고 지나갔다. 이런 자연설에서 보드를 타면 어떤 기분일까? 보드를 타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보드를 타고 내려가고 싶었다.

피르스트에는 유리 위를 걸어 아찔한 절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클리프 워킹(Cliff Walking)과 로프에 매달려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는 플라이어(Flyer) 등 액티비티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기대했던 클리프 워킹은 생각보다 시시했다. 아찔할 줄 알았는데, 유리 위를 지나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반면 언제나 씩씩하고 당당한 우리 오빠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혜진아, 너무 그쪽으로 가지마. 혜진아, 자꾸 그렇게 가지마. 위험해." 오빠의 모습이 새삼 귀여워보였다. 결국 아버님과 둘만 남아(?) 절벽 끝에서 사진을 찍었다.

달리는 열차 속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숙지중인 남편 조현찬씨

피르스트의 또 다른 액티비티, 플라이어. 실제로 보니, 800m 높이에서 로프로 내려가는 게 너무 무서워보였다. 최고 시속 84km 속도라는 말에 잔뜩 긴장한 채 넷이 나란히 출발했다. 처음엔 오빠가 가장 먼저 앞서 내려가는 모습에 무게 순으로 속도가 나는가?했는데, 중간부터 내가 속도가 나기 시작해 가장 먼저 내려왔다. 순식간이었지만, 어머님, 아버님도 또 타고 싶어하실만큼 재미있어 하셨다. 스위스에 와서 이런 경험까지 하다니, 정말 하루하루가 알찬 여행이었다.

시간이 남아 열차를 타고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여느 때처럼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면서,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다 1초 뒤 선글라스까지 벗어 그가 누군지 다시 확인했다. 여기서 그를 보다니! 다음 역인 클레이네 샤이텍에서 전 직장동료였던 우태희 씨를 만났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만나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그를 반겼다. 나 다음으로 직장을 그만둔 그는, 유럽여행을 다니는 중이라며 스위스 만년설 위에서 보드를 타고 있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다시 만나는 날 소주 한 잔을 기약하며, 서로의 삶을 응원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우연이 여행을 참 재미있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의 지붕이라고도 불리는 융푸라우의 모습

드디어 융프라우(Jungfrau)에 오르는 날. 아침부터 정상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웹캠으로 날씨를 체크한 뒤, 열차에 올랐다. 커다란 창에 알프스의 작은 마을들과 푸른 잔디밭, 파란 하늘, 하얀 설산까지 모두 담겼다. 융프라우 역에 도착하자, 우린 마치 거대한 박물관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빙하를 깎아 만든 얼음 궁전에, 융프라우요흐를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어떻게 이 높은 곳에 이 모든 것들을 만들었을까. 세상에 인간이 이만큼이나 할 수 있구나 감탄했는데, 융프라우 철도는 무려 100년 전 16년간 만들어졌다고 한다. 거대한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열차가 지나도록 만들다니. 현대에 이르러서도 감히 상상도 못할 만한 스케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얼마전 다녀왔던 네팔 히말라야를 떠올렸다. 네팔 정부에서도 기술과 지원이 있었다면, 히말라야나 에베레스트도 융프라우에 버금가는 관광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가졌지만,?너무도?다른 두 나라를 보며 안타깝기도 했다. "대신 네팔 히말라야는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두 발로 걸어 올라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거니까, 더 가치가 있는 걸거야." 그래서일까. 융프라우는 360도 하얗다 못해 눈부신 설산에 둘러싸인 '유럽의 지붕'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릴만큼 거대했지만, 우리가 두 발로 걸어 올랐던 네팔의 히말라야만큼 감동이 크진 않았다. 부모님은 굉장히 좋아하셨지만, 언제든 돈만 내면 다시 올 수 있는 곳과 평생 두번 다시 오기 어려울만큼 힘들어하며 눈에 담아갔던 곳은, 우리 둘에겐 다르게 기억될 수 밖에 없었다.

융프라우에 올라 시부모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긴 후후커플

처음엔 22만원이나 내고 융프라우 열차를 타는 게 좋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2일간 융프라우를 비롯한 알프스 이곳 저곳을 마음껏 즐긴 우리는 감히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얀 설산에 둘러싸인 푸른 잔디에, 통나무 집들이 모여 사는 곳. 과연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던 지상낙원 모습 그대로였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놀 것 같은 그곳에, 시부모님과 우리 둘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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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담지 못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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