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푼다며 간 사우나에서 연락 끊켜
[제천 화재 참사] 정송월 전 제천칠성라이온스클럽 회장

/ 특별취재반 신동빈 기자

[중부매일 특별취재팀] "여보 다녀올게."

21일 충북 제천 하소동의 스포츠클럽에서 발생 화마에 휘말린 정송월(51·여)씨가 남편에게 건낸 마지막 말이다. 정씨는 이 말을 끝으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제천시내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을 운영했던 정씨는 슬하에 직장인인 딸과 군인신분인 아들 등 1남 1녀를 두고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정씨는 이 날 오전 평소 자주 찾는 스포츠클럽을 방문해 사우나를 통해 피로를 풀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따라 유난히 평소보다 식당일이 바빠 오후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정씨가 스포츠클럽에 도착해 피로를 풀고 있었던 오후 3시 54분께 필로티 구조의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연기와 함께 건물 전체를 집어 삼켰다.

정씨는 끝내 이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이 건물의 여자 사우나가 위치하고 있는 2층에서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소방관에 의해 발견됐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제천서울병원으로 옮겨진 그녀의 시신을 확인한 남편은 충격에 휩싸였다.

어머니의 소식을 전해들은 자녀들도 한걸음에 유가족 대기소를 찾아 목메어 울었다. 군복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한걸음에 달려온 아들과 눈시울을 붉히며 근무지인 전라도 광주에서 온 딸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여기에 정씨의 비보는 유가족 뿐 만 아니라 지역의 이웃들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씨는 앞서 수 년간 지역을 위해 희생·봉사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2012년부터 제천칠성라이온스클럽에 입회해 지역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며 각종 표창을 받는 등 귀감을 샀다.

하지만 갑작스런 그녀의 소식에 장례식장을 찾은 라이온스클럽회원들도 슬픔에 잠겼다.

같은 클럽 회원인 노모씨는 "정씨는 지난 수 년간을 지역을 위해 봉사를 몸소 실천했다"며 "클럽활동도 왕성하게 하셨던 분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회원분이셨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화재 희생자들의 발인은 오는 24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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