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경제] 13.더덕솥뚜껑삼겹살 협동조합
성장비결은 어려울수록 뭉치는 '곱셈경영'

각자 독립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더덕솥뚜껑삼겹살협동조합 조합원들은 한달에 2번,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식사대접 품앗이에 나선다. 33회차 나눔 행사에 함께 한 조합원들이 봉사를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동구매해 소비자에게는 정직한 재료를 제공하고 조합원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있다.

삼겹살을 매개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는 더덕솥뚜껑삼겹살협동조합 이야기다. 2015년 협동조합 기본법을 바탕으로 청주에 있는 삼겹살집 5곳이 뜻을 모았다.

3년이 되어가는 지금, 매장은 18곳으로 늘어났다. 조합원들이 말하는 성공 비결은 '협동'. 삼겹살과 더덕을 이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만났다.

건강한 맛을 드립니다

각자 독립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더덕솥뚜껑삼겹살협동조합 조합원들은 한달에 2번,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식사대접 품앗이에 나선다.

"자영업만 30년 했습니다. 쉽게 차리고 쉽게 망하는 사람들 여럿 봤죠.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더덕솥뚜껑삼겹살협동조합 이성기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식당 운영'을 고민하다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2015년 11월이었다.

독립가맹점의 성장 없인 성공경영도 없다는 생각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며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공익활동을 이어 온 결과였다.

이성기 이사장은 "신뢰, 신속한 대응, 전사적 품질관리, 지속적 개선 활동이야 말로 고객을 귀하게 생각하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보증금을 포함해 5천만원이면 삽겹살집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삼겹살과 더덕을 공동구매하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믿을 수 있는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죠."

퇴직금을 쏟아부어 번듯한 가게를 차리고도 결국 매장을 접어야 했던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봤다. 한 때 붐을 일으켰던 프랜차이즈 체인점들도 무너지기 일쑤. '망하지 않고 가게를 지키는 방법'을 연구했다.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좋은 재료를 쓰지 않으면 결국엔 망하더라고요. 좋은 재료로 소비자들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왕이면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힘을 합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프랜차이즈형 협동조합

더덕솥뚜껑삼겹살협동조합은 공동구매를 통해 국산 재료만을 사용한다.

처음 5개로 시작한 더덕솥뚜껑삼겹살협동조합은 올해 18개 매장을 갖춘 프랜차이즈형 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잘 되는 식당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겪는 식당도 있었고 오랜 단골을 형성한 가게도 있었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가게도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들을 위해서는 정보를 교류하고 공동마케팅을 펼치며 더불어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 그 결과 단 한 곳도 가게 문을 닫은 조합원이 없다.

'돈만 벌지 말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자'는 약속은 지금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지난 4일 봉명동지점에서는 통산 33번째 식사대접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정례 행사다. 매해 조합원 가게를 순회하며 한달에 두 번씩 어려운 이웃, 어르신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업때문에 하는 거겠지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던 분들도 우리가 꾸준히 식사봉사를 하니까 의심을 거두시더라고요."

식사를 대접하는 대상은 초대받은 사람들이 다시 추천을 하는 구조다. 이날 만큼은 각자 매장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합원들도 봉사자가 된다. 다른 조합원 식당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품앗이를 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뭉쳐야 사는 곱셈경영

"장사가 잘 안되는 곳들이 잘 되는 곳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더라고요. 식사대접 봉사와 조합원들의 품앗이는 어려운 이웃을 보면서 힘을 내자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매장을 경험하면서 부족한 것을 배우자는 뜻도 있습니다."

이날 식사대접 봉사에는 조치원읍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조합원 문대열(49)씨도 함께 했다. "가게를 비우고 봉사 현장을 찾는 일이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돈 버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청주 용정동에서 딸과 함께 3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곽애자(60)씨도 품앗이에 나섰다. '더덕솥뚜껑삼겹살' 자랑 좀 해달라고 했더니, 인정 많은 사장님들과 믿고 먹을 수 있는 국산 재료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향 좋고 몸에 좋기로 소문난 강원도 정선 더덕을 무한리필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잖아요. 올해 고춧가루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도 저희는 국산만 썼어요. 손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죠. 조합원 모두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달 초 율량동에서 가게를 낸 막내 조합원 박찬권(35)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며 "아끼면 망한다는 생각으로 아낌없이 베푸는 삼겹살집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성기 이사장은 "경쟁사회가 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정(情) 문화도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며 "더덕솥뚜껑삼겹살협동조합이 이웃간 정(情)을 되살리고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덕솥뚜껑삼겹살협동조합의 목표는 앞으로 매장을 30개까지 늘리는 것이다. 더 많은 조합원이 곱셈경영에 함께 할수록 조합은 풍성해질 것이고, 먹거리는 건강해질 것이며, 지역사회에는 정이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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