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미술대학교 수시에 합격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글을 봤다. 이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간 왕따를 당하는 등 평탄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미술 선생님의 재능있다는 칭찬과 지지로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최근에 미대에 합격한 것이다.
그 미술 선생님은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담임이기도 했다. 합격 소식을 듣고 선생님은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학생에게 남겼는데, 그 메시지를 받은 학생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내용은 이렇다.
"인생을 살면서 10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중 3명은 나를 아무 이유없이 싫어하고, 다른 3명은 아무 이유없이 좋아한다더라. 그리고 나머지 4명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대.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네가 생각났어. 중·고등학교 동안 상처 줬던 사람들은 너의 인생에서 만나야만 하는 아무 이유없이 싫어하는 사람들이었던 거야. 그럼 이제 앞으로의 네 인생에서는 너를 좋아하거나 좋아하게 될 사람들만 만날 일만 남은거지.(중략) 이제 네 인생은 그 그림 속의 무지개처럼 밝게 빛날 거야. 언젠가 네가 담아두었던 마음의 상처들을 그 무지개 색으로 아름답게 채색해서 작품으로 내어놓을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선생님은 기다릴게. 원하는 대학, 학과에 붙은 거 다시 한번 축하해"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이야기다. 형제도 없고, 친구도 없었던 외톨이 학생이 수업시간에 그린 풍경화 속 무지개를 보고 재능이 있다고 알아본 선생님이다. 그 학생에게 선생님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주고, 격려해주는 좋은 영향력을 가진 진정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가만히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면 대학교 시절에 항상 도서관계 최신 동향에 대해 관심 있게 보라고 하신 교수님이 생각난다. 그 말씀을 듣고 공강 시간에 대학교 도서관에서 가서 관련 잡지를 훑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 습관은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또 직장에서 만난 어떤 분은 주변에 항상 유쾌한 분위기를 만드는 분이었다. 업무에 대해서도 잘 가르쳐 주는 '등대형 상사'는 무엇을 물어봐도 척척 말씀해주시니 그분이 이미 겪었던 경험까지 얻을 수 있어 감사했다. 또 다른 분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 상대방의 장점에 집중하라고 조언해 주시기도 했다. 반대로 친구관계나 후배에게서도 무언가를 배울 때가 있다.
우리는 이렇게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인생의 스승을 만날 수 있다. 하물며 가정에서도 부모는 자식의 거울로 아이가 가장 처음 만나는 스승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 사회에서는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등 다양한 관계에서도 우리는 인생의 스승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계의 의미를 고 신영복 교수는 스승과 제자라는 서화에서 이렇게 얘기 하셨다.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사제의 연쇄를 확인하는 것이 곧 자기의 발견이다.'
찬바람이 더 거세지고 눈발이 날리면 몸 만큼이나 마음도 추워지고 움츠러들 텐데 새해에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깊이 있게 배우면서 인생의 스승을 만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이야기처럼 누구라도 외롭지 않게 기지개를 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