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가 고 김영호 씨의 사진을 들고 시승에 나섰다.
이시종 지사가 고 김영호 씨의 사진을 들고 시승에 나섰다.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어르신께서 함께 이 기차를 타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30일 개통된 중부내륙선철도 시승 KTX열차 안에서 이시종 지사가 2017년 작고한 김영호 씨의 사진을 꺼내보며 옛날을 회상했다.

고인은 중부내륙선철도를 최초로 제안했던 인물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4년 전인 이 지사가 충주시장을 역임하던 1997년 4월에 시작됐다.

당시 중부내륙고속도로 착공식을 치른 이시종 시장은 성취감으로 가슴 벅차있었다.

그때 지역 원로인 김영호 씨가 이 시장에게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만들어냈으니 이번에는 철도도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이시종 시장은 "갑작스런 김영호 어르신의 제안을 듣고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히 떠올렸다.

고생했다는 말은 고사하고 도무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 너무 크고 어려운 사업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그냥 가벼운 말로 넘기려 했지만 "철도도 한 번 만들어 보자"라는 한마디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뇌리에 남았다.

이 시장은 오랜 고민 끝에 한 번 부딪혀 보자는 심정으로 중앙부처를 찾아 중부내륙선철도 건설을 건의하게 된다.

그는 "국토 균형개발 차원에서 남북으로 관통하는 철도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만들어 관계자 설득에 나섰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철도사업을 중소도시의 시장이 건의하자 중앙부처와 정치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 시장 특유의 끈질김과 집요함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중앙부처와 정치권을 수 없이 찾아가고 노력한 끝에 1999년 말 발표된 국가기간교통망계획과 2000년 초 발표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 이 사업이 반영됐다.

중부내륙선철도의 밑그림이 그려진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몇 년 뒤 정부 예산 반영 대상에서 탈락하며 좌초 위기에 직면한다.

2002년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는 포함됐지만 비용편익분석(B/C)이 0.63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2004년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선거 캐치플레이즈를 아예 '이시종이 당선되면 전철 타고 서울 간다'로 내걸었다.

중부내륙선철도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이시종 의원은 국회에 등원하자마자 가장 먼저 중부내륙선철도부터 챙겼다.

끈질기게 노력해 그해 연말 중부내륙선철도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13억2천만 원이 정부 예산에 반영됐다.

중부내륙선철도사업에 다시 불씨를 지폈고 우여곡절 끝에 이 사업은 그가 도지사가 된 2015년 11월 첫 삽을 뜨게됐다.

당시 구순이 된 김영호씨와 기공식에서 재회한 이시종 지사는 "중부내륙선철도 건설을 최초로 제안한 분"이라고 김씨를 소개했고 그는 "내 말처럼 철길이 놓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시종 지사는 "중부내륙선철도는 내가 가장 역점을 뒀던 사업이고 우여곡절도 많았기 때문에 24년만의 개통을 마주하면서 감개무량한 심정"이라며 "이 사업을 있게 한 김영호 어르신을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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