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셨다" 반박 5일만에 "1잔 미만 마셨다" 해명
김핵관 "입에 댔다 말았다 해서 애매" 음주 인정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북도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북도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속보=충북 제천 산불 당시 술자리를 가져 논란을 빚은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맞섰다가 뒤늦게 음주사실을 인정해 이번엔 '말바꾸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충북도는 그동안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술은 마시지 않았다", "물만 마셨다" 등 반박해오다가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5일 "술을 마시긴 했지만 1잔을 채 마시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3월30일 제천 봉황산 산불 당시 김 지사가 충주에서 비공식적 술자리 모임에 참석한 사진이 SNS에 공개되면서다. 산불상황을 수차례 보고받고도 산불현장이 아닌 비공식적 술자리로 직행해 뭇매를 맞았다. 사진에는 김 지사가 붉은 얼굴빛을 띤 채 술잔을 들고 건배하는 모습, 테이블 위에 술병이 다수 놓인 모습 등이 찍혀있다. 김 지사 앞에는 맥주잔, 소주잔이 나란히 놓여있으며 각각의 잔에 액체가 담겨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측은 줄곧 음주 여부를 부인해왔고 얼굴이 붉은 이유에 대해서도 "며칠동안 외부행사 일정을 소화하며 얼굴이 붉게 그을린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5일 뒤늦게 음주사실을 인정했다.

김 지사 핵심측근은 "당시(3월30일) 술자리에서 김 지사가 술잔을 받은뒤 모임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술잔을 입에 댔다 말았다 했는데, 동행했던 김 지사의 측근 A씨가 '지사가 술판을 벌였다'는 취재진 질문을 받자 '술을 안 마셨다'고 말한 것이 기사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지사가 술자리를 뜰 때에는 술잔에 술이 조금 남아있는 상태였다"며 "맥주 한 잔을 다 못 마셨는데 술을 마셨다고 해야 할지 애매해서 '안 마셨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시 충주 술자리에 참석했던 청년단체와 시민단체도 일부 엇갈린 증언을 내놓아 '지사 감싸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모임을 주최한 청년모임 관계자는 지사의 음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 "술은 안 마셨다", "테이블 위에 있던 음료수를 마셨다", "물을 드셨다" 등 오락가락하다가 지사 앞에 놓여있던 맥주거품잔 사진을 거론하자 "예의상 맥주를 따라드렸는데 지사가 마시지는 않고 받아놓기만 했다"고 답했다. 무슨 음료수를 마셨는지 등 구체적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그는 "술집이라 빨간 조명이 있어서 술을 마신 것처럼 사진이 나온 것뿐"이라고 언급했다.

또다른 단체의 술자리 참석자는 "저희 테이블에 오셔서는 술을 안 드신 걸로 안다"며 "건배사를 제가 했는데 물을 드셨다"고 말했다.

제천 산불 술자리 논란과 관련해 김 지사는 다음주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일 언론브리핑에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조만간 별도 자리를 마련해 입장을 밝히겠다. 할말이 많다"며 즉답을 피했었다.

이에 대해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도지사가 거짓말에 거짓말을 이어가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라며 "친일파 발언에 이어 산불 술자리논란까지 공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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