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6일 보도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2009년 충북 제천시의 20대 택시기사가 지역사회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A(26)씨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서도, 여러 여성들과 성관계를 했다. 또 불법동영상 촬영, 여성속옷 절도 등 엽기적인 범행도 함께 저질렀다.

2천년대에는 지금처럼 에이즈 치료법이 대중화되기 전이라 제천 택시기사 사건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던 점도 이 사건의 휘발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였다.

2009년 3월 11일 제천경찰서는 여성 속옷 400여 벌을 훔친 A씨를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과의 성관계가 담긴 동영상도 찾아냈다. 경찰은 조사 중 A씨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2003년 6월 감염 판정)이 확인되면서 성범죄와 절도죄 외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A씨는 택시기사로 일하며 새벽에 만난 술에 취한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주로 관계를 맺었다. 또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가정주부와 성관계를 하기도 했다.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성관계를 한 후 '내가 에이즈에 걸렸으니 검사를 받아봐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A씨와 성관계를 한 여성이 수십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동영상만으로는 여성들의 인적사항을 모두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사건 관련 문의를 해도 여성분들이 대답을 회피해 어려움이 있다"며 "동영상에 찍힌 8명도 A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 풍토 상 피해 여성들의 적극적인 수사협조는 어려웠다. 다행히 이 기간 제천시에서 에이즈 감염여부를 의뢰한 68명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수사당국은 한 달여 의 수사 끝에 피해여성은 6명으로 확인했고, A씨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반(전파매개행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1심과 2심 재판 모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에이즈 전파매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형사 정책적 관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있다"면서도 "에이즈는 현재 의학기술로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에이즈 자체의 위험성이 큰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모든 에이즈환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A씨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에이즈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고 콘돔 등의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성관계를 한 행위는 국민건강보호와 예방의 관점에서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과거 공포의 감염병이었던 에이즈는 관련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다.

에이즈의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규칙적인 진료를 받고 치료를 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현재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만성병의 하나로 여겨진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