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대중화 위해 '관객과의 소통' 다각적 시도"

편집자

청주시 상당구 교서로 8-16 2층에 위치한 '공간, 춤'은 SY춤COMPANY 박서연 대표가 운영하는 무용전용 소공연장이다. 충북에서는 사실상 최초의 무용전용극장이기도 한 이곳은 청주시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 선정지 13곳 중 가장 늦게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로 개관은 가장 늦었으나 창작역사무용극부터 춤콘서트, 타 장르 예술과의 컬래버 무대, 춤 체험프로그램까지 역동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며 주목을 받았다. 무용가 박서연씨를 만나 그간의 성과와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박서연 공간, 춤 대표가 지난 9일 공연장 객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박은지
박서연 공간, 춤 대표가 지난 9일 공연장 객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박은지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대설주의보로 잔뜩 흐려진 하늘에서 눈이 막 떨어지기 시작하는 오후 들어선 공간, 춤은 연말의 분주함을 지나 새해 새로운 무대를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이전의 연습실이 오롯이 무용전용극장으로 탄생하기까지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연말 창작역사무용극 '덕혜옹주'로 관객들에게 참신한 인상을 안겨준 이곳은 낮에는 춤을 배울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때로는 첼리스트와 대금연주자와 함께한 색다른 무대로, 내로라 하는 무용가들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무대로 수시로 변모했다. 기다렸다는듯이 전통 춤을 소재로 다양한 무대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박서연 대표에게 물었다.

 "소공연장을 운영하는 일이 힘은 들어도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춤을 매개로 관객분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춤이라는 장르가 일반 대중에게는 거리감이 있다. 연극이나 영화처럼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야기도 하다. 소수문화이미지가 강하고 춤추는 사람들만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관객들에게 춤을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관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체험해보면 춤을 친숙하고 가까이 향유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지난해 9월 개관이후 연말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이유기도 하다."
 

소공연장 공간, 춤 무대 전경. / 박은지
소공연장 공간, 춤 무대 전경. / 박은지

 소공연장과 갤러리 유치로 원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이번 사업의 경우 첫해 9천만원(시설개선 4천500만원, 콘텐츠 기획 4천5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공연일수가 180일로 대폭 늘어날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운영자들 사이에서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실질적 방안이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연습실을 소공연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사실 제대로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지원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사실상 1억원 이상의 투자가 돼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100만원 가까운 임대료도 매달 나가고 있다. 그나마 인근 선정지보다 임대료는 저렴한 편으로 알고 있다. 사실 무대를 작게 만들고 관객석을 늘리면 당장의 수익창출엔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간을 기획할 때부터 체험공간도 염두에 두면서 관객에게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은 열망이 컸다. 공연장이 작다보니 관객이 조금 오셔도 꽉차 보이는 효과도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웃음)"
 

소공연장 공간, 춤 무대 전경. / 박은지
소공연장 공간, 춤 무대 전경. / 박은지

 박 대표도 인식하고 있듯 무용공연을 수시로 관람하고 장기적인 공연을 이어가는 시도는 그간 많지 않았다. 사실상 최초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시도된 '덕혜옹주'의 경우 청년극장 소속의 배우 오영석씨가 고종황제, 김장한 역을 맡으며 무용극으로서의 작품이 완성됐다. 단순히 음악에 맞춰 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일종의 짧은 연극을 보듯 무용수들은 대사도 외워가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같은 시도들을 이어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보니 관객에 대한 부담도 크고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물음도 생겨났다. 매일 춤을 추면 더 잘 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나 할까. 어린이 가족 무용극 '백설공주'는 대사가 더 많았다. 보통 무용극하면 내레이션에 맞춰 춤을 추는 게 통상적인 구성이다. 그렇게 하면 저희도 편하다. 하지만 소극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어설프지만 대사도 하고 관객들과 즉흥적인 체험을 이어가며 거리를 좁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춤 호흡하고 연기 호흡은 정반대다. 춤은 단전호흡으로 내면에서 절제하고 잡아서 공연해야 하고 연기는 복식호흡으로 대사를 뱉으면서 해나가야 한다. 쉽지는 않았으나 관객들의 호평과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다만 이런 시도들이 호평만 받지는 않았다. 무용계 계신 분들 중에 일부는 이런 시도들이 낯설고 불편하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쉽게 공연할거면 시도하지 않았을 거다. 춤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예술인들도 '다름'에 대해 인정해주는 문화가 생겨나길 희망한다. 시대도 변하고 관객의 눈높이는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마음은 힘들었지만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면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 길이 맞다고 생각한다."
 

소공연장 공간, 춤 입구에는 출연자와 관객들의 다양한 응원문구가 배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 박은지
소공연장 공간, 춤 입구에는 출연자와 관객들의 다양한 응원문구가 배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 박은지

무용가로, 기획자로, 스텝으로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첫해 지원사업을 이어간 소감을 물었다. 

"애로사항을 꼽으라면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한날 공연에는 출연진이 다섯명인데 관객 네 분이 앉아 계셨던 적이 있었다. 관객수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무대에 서서 기를 주고받는 입장에서 공연을 봐주시는 분이 많을수록 힘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에는 영화 '써니'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류의 극처럼 가족을 주제로 한 극을 올려보고 싶다. 하반기에는 덕혜옹주를 잇는 창작역사극을 새롭게 선보이려고 기획중이다. 이뿐 아니라 악기와 무용의 조합 등 색다른 무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모든 기획은 저희 단체의 새로운 도전이자 관객들을 위한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시고 감동하시거나 공감해주시면 더없이 보람을 느낀다. 공연장 운영이 녹록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더 체계적이고 참신한 기획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더 많은 분들께 선보이고 싶고 이야기 듣고 싶다. 마음문을 열고 언제든 공연을 보러와주시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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