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 매력 만끽하는 갤러리 공간… 상상이 작품으로 실현되길"

편집자

청주시 상당구 중앙로 26, 1층에 위치한 '소요공간'은 설치미술 위주의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다. 청주 출신 작가이자 충북민예총 소속인 음휘선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5월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 선정 이후 월 1회 간격으로 다양한 설치미술의 세계를 시민들에게 선사해 온 안내자이기도 하다. 인근에 청주시 도시재생허브센터와 중앙시장 사이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고 기존 갤러리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실험적인 전시를 이어온 독보적인 예술공간이기도 하다. 음휘선 대표를 만나 갤러리 운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휘선 소요공간 대표가 지난 16일 소요공간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은지
음휘선 소요공간 대표가 지난 16일 소요공간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은지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지난 16일 오전 11시를 향해 가는 시각에 들어선 소요공간은 진분홍색의 벽면에 쓰인 글귀가 먼저 들어왔다.

'소요공간은 자유롭게 이러저리 슬슬 거닐며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소요공간은 재미있는 공간이고 싶습니다. 소요공간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소요공간은 점, 선, 면으로 시작합니다. 점으로 시작합니다. 선으로 공간을 기획합니다. 면으로 작가들의 상상력이 채워갑니다.'

갤러리에 대한 안내문구처럼 소요공간은 그동안 자주 접하기 힘들었던 설치미술에 대한 전시장이자 요즘 트렌드에 맞는 갤러리 나들이와 전시 인증샷에 강점을 보여주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인터뷰를 위해 전시장 한곳에 놓인 테이블에 앉자 일본식 난로테이블 '코타츠'를 연상시키는 훈훈한 공기가 발밑을 감쌌다. 오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들려오는 단조롭지만 빠른 박자감의 반복적인 사교댄스 음악은 같은 건물에 위치한 '한국관'에서 흘러나왔다.

갤러리 소요공간의 외부 전경. / 박은지
갤러리 소요공간의 외부 전경. / 박은지

이 건물은 지난 청주시 중앙동에 위치해 지난 1979년에 준공된 중앙아파트, 중앙맨션, 중앙주상복합, 중앙시장아파트로 불리는 곳으로 갤러리 소요공간은 아파트 북동 앞 상가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978년 준공당시 맘모스백화점도 개점했던 곳으로도 일일 고객수만 1천500여명에 달했던 번화가로 명성을 날렸으나 현재는 50여년 가까운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음휘선 소요공간 대표(왼쪽)와 정의 아트 엔지니어가 지난 16일 소요공간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은지
음휘선 소요공간 대표(왼쪽)와 정의 아트 엔지니어가 지난 16일 소요공간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은지

잠자던 공간을 깨워 실험적인 전시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전시기획자 음휘선 대표와 아트엔지니어로 참여하고 있는 정의 작가를 만났다.

"근방에 작업실이 있기도 했고 작가들이라면 자신만의 공간과 새로운 전시 기획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설치미술의 경우 작품이 만들어지고 바로 철거하면 쓰레기가 되고 남는 건 사진뿐이다. 다른 전시공간에서 해야될 경우 다시 만들어야 되서 평면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비싸기도 하고 공도, 품도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이번 기회에 설치형 갤러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진행하게 됐다. 소공연장의 경우 공연 관람료라는 수익이 발생할 수 있으나 갤러리를 일년 운영해보니 대관비용에 기댈 수밖에 없어서 빠듯하다. 중앙상가 공간 특성상 임대료는 다른 선정지에 비해 저렴하다. 20여년이상 상권이 쇠락한 곳으로 당시 혁신아파트로 인기를 얻었다가 쇠락해 현재는 가방집과 수선집 정도만 운영되고 있다. 조합이 운영하는 상가로 공간마다 소유주가 다르다. 갤러리를 운영하기 위해 소유주분께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있었다. 수익사업이 아니라 원도심 활성화 차원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렸고 이해해주셨다."

갤러리 소요공간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중 하나인 '다양성의 무게'의 전시현장. /음휘선 대표 제공
갤러리 소요공간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중 하나인 '다양성의 무게'의 전시현장. /음휘선 대표 제공
갤러리 소요공간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중 하나인 '골목2Q23'의 전시현장. /음휘선 대표 제공
갤러리 소요공간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중 하나인 '골목2Q23'의 전시현장. /음휘선 대표 제공
갤러리 소요공간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중 하나인 '인터랙티브 라이팅 아트 공(空)'의 전시현장. /음휘선 대표 제공
갤러리 소요공간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중 하나인 '인터랙티브 라이팅 아트 공(空)'의 전시현장. /음휘선 대표 제공
갤러리 소요공간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중 하나인 태국작가 초대기획전 'two sided story' 전시현장. /음휘선 대표 제공
갤러리 소요공간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중 하나인 태국작가 초대기획전 'two sided story' 전시현장. /음휘선 대표 제공

그간 취재한 소공연장과 갤러리 선정지 중 공간으로는 꽤나 넓은 축에 속했다. 지난해 개관전 '다양성의 무게'부터 김성심 작가 기획초대전 '골목2Q23', 정의 작가의 '인터랙티브 라이팅 아트 공(空)', 태국작가 맨다카 디어본·프라차야 라다차트 작가의 'two sided story' 등 설치미술에 생소한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다.

현재 아트 엔지니어로 참여하며 청주민족미술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 작가는 지난해 9~10월에 걸쳐 청주민족미술인협회 기획전인 '제2회 청주 소셜 디지로그 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해 시너지를 냈다. 청주시 중앙로 차없는 거리(청소년 광장~도시재생거리), 소요공간과 수장고 화 갤러리가 아카이브 전시로 참여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한 새로운 전시는 시민들의 눈길과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했다. 당시 참여작가로는 황희, 정필연, 남기원, 강은희, 정구인, 손영익, 정지성, 이수영, 꽃 김, 노정숙, 정철호, 이상원, 서영란, 나지선, 권여진씨가 적극 나섰다. 초대작가로는 추연신, 김수이, 고정원, 고도수씨도 나섰다. 해외작가로는 태국작가들이 참여한 '청주시 호수로 가는 강'이란 제목의 전시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청주 소셜 디지로그 아트페스티벌' 등 참여로 계속 노출되고 인지하게 되면서 긍정적 영향을 주고 받는 것 같다. (인터뷰 내내 인근 건물에서 사교댄스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 예술은 젊은이들만 향유할 수 있는 게 아닌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노년층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고려하고 있다. 마음같아서는 이 상가 건물 공간을 다 활용해서 전시공간으로 특화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전에 중고물품을 판매했던 업체가 망하고 떠난 후 남긴 물건들이 아직도 쌓여있다. 그만큼 여기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실로 계속 남아있던 곳이기도 하다. 상가측은 문화예술공간이 입주함으로써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잘 아시지만 건물주는 체감하지 못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가측에서 중재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희가 입주하고 나서 어두웠던 장소가 밝아지고 전시공간으로서의 분위기를 갖게 돼 오며가며 많이 방문하신다. 일년내내 전시조명이 켜져있어서 호기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찾아오셨다. 저희의 바람은 공예작가라든지 다른 작가들이 함께 전시공간으로 적극 입주해서 북적북적해지고 생기가 도는 곳이 될 것이라 기대감을 갖고 있다. 서울의 물레동의 경우 공업단지를 작가들이 입주해 활성화시켰으나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다 흩어지긴 했다. 청주시 중앙동은 협업을 통해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곳이라 생각한다. 젠트리피케이션도 우려가 되지만 그건 다음 문제다. 젊은 작가분들께 꾸준히 이야기는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소요공간도 꾸준히 기획을 이어가고 외부 전시와 사업까지 구상중이다."

올해 소요공간이 새롭게 그려갈 운영방안에 대해 물었다.

"체험이든 아트상품이든 다양한 방향을 구상중이다. 팀으로 말하자면 정의 아트 엔지니어와 김혜숙 도슨트가 상주하면서 갤러리 운영을 이어왔다. 지원사업 2년차 갤러리의 경우 올해 지원금은 1천800만원으로 줄어 알차게 꾸려나가야 할 것 같다. 설치미술의 경우 전시 준비기간도 꽤나 오래 걸리는 편이다. 대관전까지 이어 지난해 8회 정도의 전시를 이어왔다. 올해는 더 오래 전시기간을 가짐으로써 예술작품을 향유하실 수 있는 기회를 더 선사하려고 한다. 올해 다양한 설치작품을 자유롭게 펼쳐보일 예정이다. 작가님들과 작업하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시를 구성하는 시간을 통해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서로에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공간에서 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조각을 전공한 정의 작가가 서포트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가장 비중을 두고 있다. 공간 활용을 통해 조명과 전기 작업을 도와드릴 수 있어서 보람됐다. 올해는 도자기를 매개로 한 단체전과 아트상품 판매, 외국작가 초대전, 민화를 설치미술로 이끌어 내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음휘선 작가 약력

- 서원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2003)

▷개인전
- '음양드로잉' 가람신작, 청주_ 충북민예총 젊은작가선정(보고전) (2021)
- '음양드로잉-tone drawing', 카페엔 켈러리 청주 6카페, 울산4카페, 청주, 울산(충북 문화재단 연속신진작가)(2016)
- '음양드로잉'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청주(충북문화재단 신진작가)(2015)
- 'Redraw' ,예술상회 653갤러리, 청주(2013)
-'seeing', 갤러리 사간, 서울(2012)
-'someone' 청주 창작스튜디오. 청주(2012)
- "Love & Respect"개인전, Bangkok Art and Culture centre, 방콕 , 태국 (2012)

▷기획전
- 제10회충 북페스티벌 '"Re-connect Art Festival', 충북 충주 관아1길 20 도시재생지원센터, 충북(2022)
- 노근리70주년 노근리평화공원설치미술, 노근리평화공원, 영동(2020)
- 충북문화재단 태국 레지던스 리서치 프로젝트, 방콕, 치앙마이(2018) 등 30여회 참여

▷그룹전
- 드로잉 코드 기획전_ 몸의 경예, 숲속겔러리, 청주 (2021)
- 충북민족미술 아트 페스티벌, 청주 시립 미술관 오창관, 청주(2016)
- 뿜어내다, 기획전, 청주, 청주박물관 (2015)
- 청주 청원통합전, 쉐마미술관, 청주(2014) 등 47회 참여

▷레지던스
- 퍼블릭 에어 레지던스(2013)
- 청주 창작 스튜디오 5기(2011~2012)
- 퍼블릭 에어레지던스 1기(2010)
- Faculty of Painting, Sculpture and Graphic Arts, Silpakorn University, Bangkok, Thailand 태국 왕립학교 실라파콘 대학교 레지던스(2009~2010)
- Hive1기 2기(2005~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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