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비명횡사 친명횡재.'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 신조어다. 비명계(非이재명)는 죽고(공천배제), 친명계(親이재명)는 공천을 받는 횡재를 안는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총선 공천과정 잡음을 비판하는 말이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을 처음 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조차 "내 말이 현실화되니 참 씁쓸하다"고 혀를 찰 정도다.

'비명계 학살', '피칠갑(온몸이 피로 범벅돼있는 모습)', '공천파동' 등 민주당 공천을 겨냥한 '살벌한' 말들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다름 아닌, 원내1정당인 민주당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말들이다. 그만큼 계파 갈등의 골이 깊다는 얘기다.

'피칠갑'은 컷오프된 친문 좌장 홍영표(4선) 의원이 지난달 말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혁신공천을 하다 보면 가죽을 벗기는 아픔이 있다고 했는데, 당 대표가 자기 가죽은 벗기지 않고 남의 가죽만 벗기면서 손에 피칠갑을 하고 있다"며 던진 직격탄이었다.

공천 반발이 격화되면서 당대표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에 친명을 꽂는 '자객 출마'가 시작이었다.

충북에서도 청주흥덕에 친명계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을 자객출마시켰다. 흥덕은 친문이자 비명계인 도종환(3선) 국회의원의 지역구다. 이연희 예비후보는 이재명 대선 경선 때 전략상황실장을 맡았고 이 대표와 중앙대 동문이다.

청주출신 신용한 민주당 인재영입 15호의 전략공천설도 충북지역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보수진영 인사라 민주당 내 반발이 거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청원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해 신용한 전 석좌교수와 송재봉 전 청와대 행정관의 경선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충북 최다선 의원인 5선 변재일 국회의원이 컷오프됐다. 국민의힘은 신용한 공천을 민주당의 악재이자 국민의힘의 호재로 보고 있다.

물론, 역대 선거에서도 조용했던 공천은 없없다. 혁신을 앞세워 누군가는 피눈물 나는 희생을 해야 했고 누군가는 거세게 반발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공천 이라는 횡재를 품에 안았다. 희비,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유난히 민주당 공천과정이 시끄럽다. 봉합도, 화합도 안되는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습이다. 국힘은 현역의원 컷오프 최소화 기조를 이어가며 충청권 28개 선거구 중 대부분 공천을 마쳤다.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 사당화(私黨化) 파장 등으로 정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고 비명계 의원들은 줄줄이 탈당하고 있다.

4선 김영주 국회부의장(서울영등포갑)은 컷오프에 반발해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수진(서울동작을), 박영순(대전대덕), 5선 설훈(경기부천을) 의원 역시 탈당했다. 앞서 5선 이상민 대전유성을 의원도 민주당을 나와 국민의힘 대전유성을 단수공천을 받았다. 탈당인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탈당자 속출에 대해 이재명 당대표는 이렇게 언급했다.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다. 경기 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하겠다는 건 국민들 보시기에 별로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이재명 당대표가 친명을 공천하든 비명을 컷오프하든 자유다. 하지만 본인의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한 건 국민들 보기에 아름답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온 민주당이 '민주당 심판'을 당할 처지다. 사천, 사당화가 스스로를 옥죄는 덫이 될 수 있다.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공천에서 중요한 건 비명이냐 친명이냐 또는 찐명이냐가 아니다. 누가 지역을 위해 더 일을 잘할 것이냐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권 표심은 이번에도 냉정하게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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