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집유거부 투쟁' 청원군 미원면 젖소목장 르포

3일 오전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 있는 운용목장 앞. 젖소들에게서 짜낸 원유(原乳)를 유가공업체로 가져가기 위한 집유차가 오늘 만큼은 보이지 않는다.

'8·3 집유거부 투쟁'. 3일 하루동안 전국 낙농가들은 집유를 거부하고 나섰다. 국회에서 진을 치고 있는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과 정부·유업체 협상은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린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1천100ℓ에 달하는 원유를 쏟아내던 신화식씨(54)의 운용목장은 3일 하루 집유를 거부했다.

"5일까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유를 다 버릴 생각이다."

신 씨의 태도는 비장하기만 하다. '이러다 서로 죽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6월 하반기 유대계산서를 꺼낸다.

납품한 원유 값을 보름 간격으로 조합으로부터 지급받는 신 씨는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1천380만8천872원을 받았다.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적지않은 돈이다. 하지만 신 씨에게 실제 입금된 금액은 239만6천454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돈은 대부분 사료값으로 공제했다.

공제내역을 일일이 가리키는 신 씨의 손은 억울함이 서려있다. 낙농자조금, 판매선급금, 우유대금, 사료대, 생균제대금, 출자금, TRM(복합사료)대금, 검정비, 낙농육우협회비 등등. 빠져나간 돈을 모두 합하면 1천141만2천원에 달한다. 이 중 순수 사료값만 950만원이 넘었다.

 

▲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 낙농가들이 원유공급을 중단한 3일, 충북 청원권 미원면에서 젖소를 키우는 신화식씨는 사료값 인상, 구제역 여파로 인한 생산량 감소 등 불가피한 가격인상 요인을 말하고 있다. /김용수


신 씨는 나머지 돈을 갖고 전기세와 수도세, 자녀학비, 생활비를 충당하면 남는게 없다고 했다. 20여년 이상 낙농업에 종사하면서 최근에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자신은 봉사자도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그의 바람은 단지 남들처럼 살고싶다는 것이다.

"사료값이 작년에 비해 50%이상 올랐는데도 물가안정이라는 이유로 원유값은 2008년 이후 줄곧 동결의 대상이 돼 왔다."

생산비가 오른다는 이유로 제품가를 인상하는 유가공업체와 달리 원유가격 만큼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의 대책이 얄밉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낙농가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 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 씨의 축사 한 켠에는 6대의 착유기가 있었다. 젖소 6마리를 착유기에 앉혀놓고 하루 2번씩 짜 내야 하는데 정부의 마땅한 대책이 없으면 짜낸 우유를 모두 버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유를 보관하는 우유냉각기에는 지난 저녁과 3일 오전 6시에 짜낸 원유(1천137ℓ)가 가득했다.

"오늘 집유를 거부했으니 2∼3일 안에 답을 줬으면 좋겠다. 사료값 인상분을 적용하지 않으면 짜낸 원유를 납품할 수 없다."

신 씨를 비롯한 낙농가들이 주장하는 인상분은 173원. 정부와 유가공업체는 81원이 최적의 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각 낙농가마다 가격은 다르지만 보통 리터당 704원에 맞춘 현행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신 씨는 젖소 5마리부터 낙농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5마리만 갖고도 학비며 생활비를 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이 때문인지 최근 4억을 빌려 축사를 3동으로 늘리고 젖소는 착유소, 후보소, 건소를 모두 합쳐 1백여마리까지 늘렸다. 규모를 키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도 좀처럼 수익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착유를 할 수 있는 젖소를 만들기 위해 후보소 한 마리당 매월 20만원씩 들어가는데다 부채를 매월 갚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사료값도 오르고 구제역 이후 백신 영향때문에 원유 생산량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구제역 백신 후유증이 큰 것 같다. 살처분을 안했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3차에 걸친 예방 접종때문인지 수정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멈춘 착유기를 닦아내던 신 씨는 이내 축산조합원 대책 회의를 위해 서둘러 나갔다. 기자가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소식을 전하자 신 씨의 표정은 이내 어두워졌다. / 최종권

choigo@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