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설마 탄핵까지 가겠는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탄핵안이 국회에서 발의를 넘어 가결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탄핵안의 가결로 대통령은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탄핵사유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은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 갔다. 반대의 의견도 있지만,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커다란 국정혼란의 사유가 됨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이러한 사태가 야기된 이유여하를 따지기에 앞서 정치권은 국민에게 또 한번 큰 실망을 안겨주었고,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도 큰 타격을 입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극심한 정치적 분열현상과 그나마 안 좋은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국민의 대표들은 한쪽은 만세까지 부르며 ‘의회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환호하는가 하면, 한쪽은 ‘의회의 폭력’, ‘의회쿠데타’로 규정하고 눈물로 애국가를 부르고 있으니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냉철하게 탄핵제도의 의의와 가치를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본질과 더불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는 국민에 의해 직선된 대통령이 임기 중 국회와 독립하여 국정을 담당하는 정부형태이며, 대통령이 의회의 신임여부와 관계없이 재직하므로 집행부의 안정과 권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의원내각제에 비해 큰 장점으로 들어진다. 한편 대통령제에 있어서도 입법부와 집행부는 상호?견제장치를 가져 권력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탄핵소추권은 의회의 국정통제권한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탄핵제도는 일반사법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절차로써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 공직자가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시키는 제도이다. 그러나 실제 탄핵이 결정된 예는 해외에도 거의 없고, 그 정치적 가치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엄격한 요건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비록 제도의 취지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에게 내란죄와 외환죄를 제외하고 재직 중 소추되지 않는 특권(물론 퇴직 후 소추는 가능)을 부여하고 있는 점도 탄핵사유의 판단에 엄격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의된 대통령언행의 선거법위반, 부정부패, 국정혼란 등의 탄핵사유는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큼 중대한 위헌?위법사유인가? 정치적 자질 내지 정책적 과오는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견해에 따를 때, 첫 번째 선거법위반 부분만이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주로 다투어 질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인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맡겨졌지만, 정당제 국가에서 정치인의 선거와 관련한 발언은 흔히 있어왔고 과거 우리나라의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당소속 자치단체장의 선거관여 문제는 자주 논의된 바 있어 그것자체가 탄핵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70% 안팎의 국민이 탄핵안 가결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있고 탄핵안을 제안한 측에서도 출당 내지 공천취소의 압력이 있기 까지 의견의 대립이 있었던 점에서도 반증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탄핵사유로 제기된 현실에서 대통령에게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동안의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많은 비난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이 담화나 발언을 할 때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해서 차마 볼 수 없었다는 어떤 이의 말처럼 대통령은 국민에게 안정감과 포용력을 주는 데는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행태를 그것 자체가 권위주의의 후퇴라고 평가하는 견해도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일개 필부(匹夫)의 발언과는 다르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대통령도 삼사일언(三思一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정당을 위시한 정치권과 국민들도 비록 자기가 지지하지는 않았으나, 대통령의 임기 초에 국민의 선택이라는 점을 존중하여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것을 지켜볼 아량은 가지고 있었는가? 흠집내기와 대결구도를 자초한 책임은 없었는가? 등을 진지하게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탄핵안이 가결되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이상 국민 모두는 현실을 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국정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 동참해야하며, 역설적으로 이번기회를 통해 정치시스템을 민주화하여 모든 영역에서 국리민복과 국가발전을 앞당기는 냉철한 이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감정만을 내세워 즉흥적인 불만만을 표출하는 자세는 지양해야하고 우리의 정치적인 무관심으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우리의 대표가 뽑히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적극적인 권리 찾기에 나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정치권은 이러한 사태를 당리당략적로 계속 이용해서는 안 되며, 국회는 국민의 대표이지 일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백보를 양보하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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