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리콜 등 파격처방에도 효과 ‘미지근’

내수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하반기에는 흔들릴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특수’로 잠깐 반짝한 이후 계속 추락해온 내수경기는 하강 국면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통, 의류, 부동산 등 업종에서는 연중 세일, 단(短)납기 시스템, 분양가리콜 등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불황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부동산 = 부동산시장에서도 각종 규제로 거래심리가 위축된데다 여름철 비수기까지 겹쳐 작년말부터 나타난 수요 침체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서울 동시분양을 보면 지난 4차 346가구, 5차 191가구, 6차 154가구 각각 미달되는 등 대규모 미달 사태가 잇따르고 있으며 경쟁률도 작년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미분양 사태가 잇따르면서 업체들은 계약금을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융자를 실시하는가 하면 아예 중도금을 없애는 등 각종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또 입주시나 몇 년후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 경우 차액을 보상하거나 또는 아예 아파트를 시공사가 다시 사주는 ‘분양가 리콜제’까지 등장했다.
 매매.전세시장 역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심화되면서 거래가 극도로 위축되는 분위기다.
 입주물량 증가로 공급은 늘어난 반면 수요는 크게 줄어 새 아파트에는 빈 집이 점점 늘고 있으며 새 집으로 이사가려는 이들은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유통 = 유통업계는 장기간 계속돼온 내수침체의 심각성이 가장 생생하게 감지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의 매출은 지난 2002년 11월을 기점으로 내 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매출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각종 할인 및 마케팅 행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빅3’ 백화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1~4% 줄었으며 7월 들어서는 예년보다 세일 개시 시점을 앞당기고 기간도 늘려잡는 등 대대적인 여름 정기 세일을 벌였으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20개 기존점 기준)이 작년 동기보다 3.1% 감소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전국 13개 기존점의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전자 = 전자업계는 언뜻 보기에는 내수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는 듯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수매출이 휴대전화, 컴퓨터, LCD 모니터 등의 판매호조로 작년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휴대전화 판매는 지난해 630만대에서 올해 1천10만대로 늘었고 부문별 매 출은 1분기 기준으로 디지털미디어 1천억원, 생활가전 500억원, 정보통신 3천억원 증가했다.
 LG전자도 1분기 내수매출이 전 분기보다 7.6% 늘어난데 이어 2분기에도 1분기 대비 8.2% 증가했다.
 그러나 1분기에 1천400억원과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의 디지털미 디어 및 생활가전은 2분기에는 국내수요 침체로 각각 70억원과 100억원의 적자를 냈 고 LG전자도 가전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의류 = 의류업계도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의류소비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의류소비 규모는 총 11조615억원으로 전년보다 1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는 이같은 소비위 축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형 의류업체들의 경우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중소형 업체들의 실적은 상당히 나빠져 머지않아 줄지어 쓰러질 것이라는 ‘무더기 도산설’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세일로 재고물량을 처분하는 한편 영업중인 브랜드를 철수하거나 새 브랜드의 출시를 연기하는 등 사업규모 축소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극심한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업계 전체가 너나할것 없이 어 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생산시스템 혁신 등 체질개선을 통해 불황을 극복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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