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4천만년전 지구에는 당시 번성하고 있었던 생물의 60%이상이 갑작스럽게 멸종한 사건이 일어났다.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으로 불리는 이사건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는데, 올해 초 미국의 천문학자가 그 원인이 감마선폭발이라는 가설을 제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구에서 1만광년이내의 거리에서 감마선 폭발현상이 생겨서 지구에 도달하여 성층권을 파괴하고, 오존층이 약해지면서 태양자외선이 그대로 지상으로 쬐여지면서 생명체들이 몰살당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주에서 발생되는 감마선 폭발 현상은 모든 과학적인 발견들이 그렇듯이 1960년대 말에 미국에서 구소련의 핵무기실험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관측되었다. 하루에 한번씩 하늘의 어느 곳에서 감마선이란 빛이 짧은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마치 등대불빛이 반짝하고 사라지듯이 감마선이 수초동안 분출되는 이런 현상을 감마선 분출 (Gamma-Ray Burst)라 부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감마선 폭발에서 수 분 또는 수 초 동안 방출되는 에너지는 태양 같은 별 1백억개가 평생내는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감마선 분출이란 엄청난 에너지를 순식간에 뿜어내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강렬한 폭발현상이다. 이런 거대한 폭발이 발견되고 난 후, 지금까지 많은 감마선 폭발 현상이 하늘에서 관측되어져 왔지만 이런 폭발이 우주의 머나먼 곳에서나 일어나는 거대 에너지폭발이란 점 외에는, 아직 어디에서 일어나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위성을 이용한 감마선 및 X-선 관측자료 그리고 지상의 광학 관측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는 감마선 폭발에 대한 베일을 벗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즉 감마선폭발 가운데 일부는 질량이 큰 별이 생명을 다하고 붕괴되는 과정인 초신성 폭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제안된 시나리오에 의하면 태양보다 질량이 아주 큰 별이 생명을 다하고 죽음에 이르렀을 때 중심의 핵이 붕괴되면서 초신성 폭발이라는 폭축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물질의 중심지역에 밀도가 엄청나게 큰 고리들이 형성되면서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이 형성이 된다. 이때 물질의 고리와 블랙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별의중심에서는 양쪽으로 향해 빛을 비추는 등대를 연상시키는 폭이 좁고 강한 빛이 방출되는데, 이 빛이 지구를 향할 때 관측이 된다는 것이다. 이 광선은 아주 초기에 감마선으로 방출되다가 나중에는 X-선, 가시광선 그리고 전파의 순으로 방출된다고 한다.
만일 우리은하 중심부에서 감마선폭발현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지상에서 분포된 자연방사능에 존재하는 감마선보다 수억배 이상 많은 감마선이 수 초에서 수 분동안 지구에 쏟아지게 되어 생물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다행이 감마선폭발은 질량이 태양보다 20배정도 큰 별들이 생명을 다할 때 생겨나는데 이렇게 무거운 별들은 태양보다 수명이 수백분의 1보다도 짧아 지금 우리 은하에서는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에 우리은하에서 감마선폭발이 일어날 확률은 아주 낮은 편이다.
올초 최근 자료를 분석한 천문학자도 지구에 위협적인 감마선 폭발은 수억년에 한번 꼴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당장 내일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언급하였다. 감마선 폭발은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가설중의 하나이고 앞으로 더 검증받아야 하겠지만 몇 만광년 떨어진 우주의 한곳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런 천문현상하나가 이런 엄청난 파국을 초래 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아직도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알아 가야할 비밀들이 산재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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