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더위가 유독 심하다. 이때 자주 찾게 되는 음식이 냉면이다. 쫄깃한 면발에 시원한 육수맛이 그만이다. 익히 알다시피 냉면은 크게 보면 국물과 그 면발인 사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냉면 애호가들은 사리가 모자라면 이를 더 시켜 먹기도 한다.
 사리, 어디서 온 말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일본말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사리’는 일본말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한자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우리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느끼지 않아서 그렇지 무의식중에 ‘사리’하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어원풀이를 하고 나면 “아!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국어사전에서 명사 ‘사리’를 찾으면 대충 5가지 설명을 만날 수 있다. 윷놀이에서 모나 윷이 나오는 것을 ‘사리’라고 한다. 촌로들은 지금도 이를 몣한사리했다몤고 말한다.
 그리고 고승들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 ‘사리’이고, 공리(公利)의 반대되는 단어가 사리(私利)다. 이밖에 설사를 한자로 표현하면 ‘사리’가 된다. ‘쏟을 瀉’(사) 자와 ‘설사 痢’(리) 자를 쓰고 있다.
 한 가지 설명이 더 남아 있다. 국어사전은 ‘국수나 새끼 따위를 사려서 감은 뭉치를 사리라고 한다’고 적고 있다. 이것이 오늘 문제의 정답니다.
 그래도 잘 이해가 안되면 동사 ‘사리다’를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뱀이 똬리처럼 몸을 둥그랗게 감았을 때 ‘사리다’라는 동사를 사용한다. 가령 ‘큰 뱀이 몸을 둥글게 사리고 나를 노려 보았다’ 정도가 된다.
 또 개가 꼬리를 내리고 저자세를 취할 때도 ‘사리다’라는 동사를 사용한다. 예문은 ‘개가 위험을 느꼈는지 꼬리를 사리고 숨었다’ 정도가 된다. 이밖에 우리는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몸을 웅크릴 때 ‘몸을 사리다’라는 표현을 상용한다. 지금까지의 설명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둥그렇거나 뭉쳐놓은 모습이다. 식당의 냉면면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쯤되면 명사 ‘사리’는 동사 ‘사리다’에서 왔음을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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