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박태식박사 주장

청원 소로리 고대볍씨(1만5천년 전)가 야생벼가 아닌, 초기 재배벼라는 주장이 중앙학계에 의해 제기됐다.
 특히 이같은 주장은 고고학자가 아닌 작물학자가 주장한 것이에서 소로리 볍씨를 둘러싼 “야생벼이다, 아니다”의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박태식(55) 박사는 얼마전 충북대 이융조 교수와 함께 ‘소로리 볍씨 발굴로 살펴본 한국벼의 기원’논문을 발표했다.
 박 박사는 소로리 볍씨가 야생, 순화, 재배벼중 어느 것에 속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종전까지 한국 최고(最古)의 볍씨로 알려진 ‘가와지 Ⅰ볍씨’(경기도 고양 출토ㆍ기원전 5천년)와 낟알 크기 등 외형적인 면을 비교했다. 두 볍씨는 1만년의 시간 차이가 나고 있다.
 작물학상 ‘순화벼’는 사람의 손에 의해 선택적으로 채집됐으나 직접 재배되지는 않는 벼를 일컫고 있다.
 그 결과, 소로리 볍씨는 ‘가와지 Ⅰ볍씨’에 비해 ▶보다 다양한 외형의 모습을 지니면서도 ▶절반 이상은 ‘길쭉한 형’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가와지 Ⅰ볍씨’는 보다 뭉특하지만 외형의 다양성은 매우 좁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소로리 볍씨는 길이(長)는 평균 7.19㎜, 너비(폭)은 평균 3.08㎜로, 장폭비가 2.36에 달하는 것으로 실측됐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한반도 고대벼가 ‘길쭉한 형’(인디카 계열)에서 ‘뭉툭한 형’(자포니카 계열)으로 변해갔고, 그 이유는 점차 사람의 손에 의해 벼가 선택 재배된 것을 의미하고 있다.
 박 박사는 이에대해 “재배를 할 경우 사람이 품종 선택을 하면서 씨가 점차 균일해 지는 현상을 보인다”며 “소로리와 가아지 Ⅰ볍씨의 관계에서도 그런 현상이 분명히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박 박사는 청원 소로리 볍씨가 초기 재배였다는 증거로 ▶이삭과 낟알의 연결부분인 ‘소지경’이 관측되는데 비해 ▶벼수염인 ‘까락’이 달려있지 않은 점▶그리고 왕겨의 존재 등을 을 들었다.
 그는 “벼 소지경 현상은 벼가 상당히 여물었을 때만 나타난다”며 “따라서 이는 벼가 완전히 익을 때를 기다려 누군가가 수확을 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밖에 까락에 대해 “야생벼는 새나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낟알 10배 크기의 까락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며 “그러나 재배벼는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에 볍씨 끝에 까락이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왕겨(볍 껍질)의 존재에 대해서는 “벼 왕겨는 완전히 익지 않았을 때 수확을 하면 규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수년내 썩게 된다”며 “따라서 소로리 볍씨가 1만5천년의 세월을 버틴 것은 벼가 완전히 익을 때를 기다려 누군가 인공적인 수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원 소로리 고대 볍씨를 ‘초기 재배벼’ 단계인 ‘순화벼’내지 ‘半재배벼’로 분류했다.
 한편 일본학자 阪本은 벼를 포함한 식물이 인간과 공생관계를 이루는 과정을 채집단계→반재배 단계→초기농경(재배)→농경확립(품종 분화) 단계로 분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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