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을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이 숨을 죽이고 수능 시험을 보고 있을 시간이다. 모두들 좋을 결과를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굞.
 오래전에 1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모두 쏟아놓고 나오면서 ‘이제는 더 이상 걱정할 것도 고민할 것도 없겠구나’하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과 달리 그 때는 학력고사를 보았기 때문에 그날 내 능력을 다 발휘해야한다는 부담감은 더 컸던 것 같다. 고3일 때는 공부가 끝나면 더 이상 걱정할게 없는 행복한 세상만 있을 것 같더니만 정작 사회인이 되어 바쁘게 살다보니 ‘공부 하나만 걱정하면 될 때가 참 행복했구나’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기도 한다.
 그렇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에 바쁘게 지내다 보면 ‘애들이 걱정할 것이 뭐가 있어. 부모가 필요한 거 다 해주겠다. 공부만 하면 되는데’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 자신의 학창시절, 더 거슬러 올라가 어릴 적 추억을 더듬어 보면 여러 가지 걱정들로 많이 힘들고 우울한 때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 기억날 것이다. 자녀가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일단 주변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자녀의 말을 잘 경청해야 한다.
 스트레스라면 주로 가정불화나 성적, 교우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자녀와의 대화에서 교훈적인 내용을 이야기해주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다보면 아이는 잔소리로 밖에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이 자신이 존중받고 관심 받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우울증의 기간 중에 아이들은 학업수행의 저하나 대인관계의 손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부모들이 더욱 노력하라고 충고하고 자녀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의 우울증을 더욱 심하게 하고 아예 부모 자녀간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평소 가장 흥미를 보이는 활동을 통해 대인관계를 지속하도록 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와 자신의 어려움을 상의하면서 우울감의 회복을 기다려볼 수 있지만 의욕저하,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정확한 감별진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소아, 청소년의 ‘가면성 우울’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신과 의사에 의한 정확한 평가와 계획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아동과 청소년을 많이 치료해본 경험이 있는 의사라면 더욱 좋겠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1차적으로 자살 사고와 위험도에 대한 평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원인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게 된다.
 그런 이후에 보통 9세 이하의 아동들에게는 놀이를 매개로 하는 놀이치료가, 청소년의 경우에는 정신치료가 이용되기도 하며 약물치료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가 아이의 심리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도록 한다. 부모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나 부부간의 갈등이 주된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 부모-자녀 간의 문제가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가족치료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청주의료원 신경정신과장 김 영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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