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많아야 열흘 일해 ‘한숨만’

-청주 수동 인력시장을 가다-
청주의 대표적 인력시장인 수동 인력시장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계절적 요인으로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어 인력시장은 점점 깊은 시름에 잠기고 있다.
 이때문에 매일 이곳을 찾는 120∼130여명의 근로자들중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불과 20∼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특히 저임금의 중국동포 근로자들이 일자리중 절반 정도를 차지해 갈수록 임금은 내려가고 있지만 그나마도 한 자리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매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설날이 목전에 다가 왔지만 이들에게 설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서운 찬바람만큼이나 오히려 더 추운 명절일뿐이다.
 3일 새벽 5시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삶의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방이 캄캄한 영하5도의 매서운 날씨에 50여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인력관리센터 건물 안팎에서 걸려올 전화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들은 한두명뿐.
 목수 김영수(45·가명)씨는 “한달에 보름정도 일하면 많이 하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어렵기 때문에 생활이 전혀 안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이어 “건설 현장에 가보면 중국동포가 절반을 차지한다”며 “중국 동포들은 싼 값에도 일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인건비가 줄고 일거리도 많이 줄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정모(53)씨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6시가 넘으면 일자리가 없다”며 “오늘도 공칠 것 같다”고 초조해 했다.
 목수·철공 등 기술이 있는 일용근로자의 하루 일당은 10만∼12만원.
 인력소개소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 10%를 빼고, 교통비 4천원∼5천원을 공제하고 나면 8만∼9만원을 손에 쥔다. 그나마 이들은 나은 편이다.
 일용잡부들은 5만∼6만원에 불과하다.
 6시30분께. 사무실안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일용잡부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 모(52)씨는 “10일전에 등록을 하고 나서 오늘은 새벽 4시30분에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전화 한통을 받지 못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감도 크게 줄어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전체 근로자의 20∼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청주 인력센터 김두호(40)국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거리가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줄었다”면서 “최근에는 하루 130명 정도의 인부들이 이곳을 찾아 오고 있지만 일자리를 얻는 인부들은 이중 20∼30%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7시30분께. 사무실을 나서자 인력센터 주변에는 아직도 40∼50대의 남성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공사장 차량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 밝히지 않은 김모(50)씨는 “일자리가 없는 우리들에게 건설 현장은 우리의 마지막 일터인데 저임금의 중국동포들이 일자리를 점점 잠식해 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때문에 이들과 심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며 치열한 생존경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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