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자진신고가 시작된 지 20일이 지났다.

본보는 정부 담화발표 직후 청주시내 6개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2개교에서 일진회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에 미뤄 상당수 학교에 일진회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도한 적 있다.

본보 보도 이후 경찰과 교육계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기자가 알려줄리 없지만 경찰은 사실관계를 알아내기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교육계는 확인노력은 커녕 애써 모르쇠로 일관한게 사실이다.

이후 22일 충북경찰청은 다각적인 탐문수사를 벌여 청주시내 15개 중학교에서 활동해온 청주시내 연합 일진회 조직 245명을 적발하고 이들 모두에 대해 선도적 차원에서 불입건조치했다.

경찰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교측이 적잖게 충격을 받으리란 예상은 전혀 빗나갔다.

오히려 3~4곳 학교에서 학생을 불러 “너같은 문제아는 필요없다”며 전학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를 받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정부와 경찰이 모든 것을 용서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학교가 두려워 어떻게 다녀야할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대부분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고를 기피하는 경향속에 폭력이 독버섯처럼 번지는 악순환을 끊기위해 추진되는 것이 학교폭력 자진신고 기간이다. 이 기간에 자진 신고한 가해학생은 처벌보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선처한다는게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주시내 일선학교에서 법이 선처한 학생에게 전학을 강요한 일이 벌어졌다. 법을 믿지못해 분노에 가득차 다른 학교로 전학간다면 학생들의 비행이 근절될 것인지 어처구니 없다.

충북도교육청은 올해를 행복한 학교의 해(Happy School Year)로 정했다. 학교 교문마다 학교폭력 자진신고 기간을 알리는 프래카드가 걸려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직도 학교 교실 한켠에선 폭력의 두려움에 쌓여 말도 못하고 지옥같은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이 한, 둘이 아니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학생들에게 전학을 강요하는 것이 교육적 선택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교단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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