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원가절감과 품질경쟁력을 내세워 외국기업으로부터 부품조달을 확대하고 있어서 수입해오는 부품의 종류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국가의 다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조달할 수 없는 부품들을 수입해 왔지만 이제는 단순히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치열한 가격경쟁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빠르게 수입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지난 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아웃소싱 비율이 40.3%에 이른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이 부품을 조달하면서 해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생산업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업체도 중소업체를 통한 중간 구매과정을 거치지 않고 완제품을 직접 수입하여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벤처의 탄생지로써 IT기술자를 대규모로 공급하던 미국의 실리콘벨리에서도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인해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는 바람에 IT 전문 엔지니어가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글로벌 아웃소싱의 최대 수혜국인 인도의 방가로르에서는 다른 직종의 종사자들이 재빠르게 IT 전문 엔지니어로 탈바꿈하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서는 5년여 전부터 비용절감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자리와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 급격하게 진행되어 왔고 지금은 IT분야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치권에서는 글로벌 아웃소싱 업체를 경계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이미 31개 주에서 글로벌 아웃소싱을 반대하는 법안이 입법부에 제출된 상태이다. 지난 해 기업의 해외이전으로 미국에서 사라진 서비스업 일자리수가 40만개에 이르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여 실리콘벨리의 엔지니어수는 12만명에 지나지 않는데 비해 인도의 방가로르는 15만명에 달해 IT 전문 엔지니어의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산업분야가 중소기업인데 대기업 의존적 생산방식으로 연명해 오던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서 대기업 한번 쳐다보고 정부 한 번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고 선택과 집중의 선별과정을 거쳐 세계시장에서 생존할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과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넘을 수 없는 기술적 격차가 있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미래선도형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준 핵심업체를 선별하여 대기업과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중소기업도 핵심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신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중소기업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동반상승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독립성을 확보하던지 아니면 대기업과의 수직적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서 계열화를 이루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이제 국내 대기업만 바라보지 말고 특화전략으로 시장을 넓혀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단기적 이익에만 집착해서 글로벌 아웃소싱에만 의존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해외업체에 발목이 잡혀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고 가격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내 중소기업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산업이 나가야 할 상생의 길이 바로 이것이다.

/ 청주대학교 이 현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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