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사람의 말이나 하는 짓이 마음에 거슬리고 밉살맞을 때 ‘아니꼽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가령 “거들먹거리는 꼴이 영 아니꼽다” 정도가 된다. 일부 청소년들은 이를 줄여 “꼽냐”라는 표현도 곧잘 사용하고 있다. 이는 어느 코미디언이 방송에서 사용한 후 급속히 퍼진 말이다.

‘아니꼽다’,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을까. 오늘 문제는 언뜻봐도 앞말 ‘아니’에 뒷맛 ‘꼽다’가 결합된 말이다. 그러나 음절분화를 해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고 있다. 앞말 ‘아니’를 ‘아니다’에서 온 말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뒷말 ‘꼽다’와 어의 연결이 잘 안되고 있다.따라서 이것은 오늘 문제의 정답이 아니다.

의외지만 오늘 문제를 풀려면 ‘안타깝다’라는 단어를 먼저 예습해야 한다. 이 단어도 ‘~ㅂ다’로 끝나는 등 ‘아니꼽다’와 유사한 단어 구조를 지니고 있다. 어문학자들에 따르면 ‘안타깝다’는 ‘안’과 ‘타’ 그리고 ‘깝다’가 결합된 말이다. 이중 앞말 ‘안’은 창자, 속마음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그리고 ‘타’는 ‘나무가 타다’ 할 때의 연소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안타깝다’는 ‘상대방의 고통을 보고 있자니 내속이 타는 것 같이 애처롭다’ 정도의 뜻이 됨을 알 수 있다. 바로 오늘 문제 ‘아니꼽다’ 할 때의 ‘아니’도 이와 관련이 있다. 어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때의 ‘아니’는 순우리말 ‘안’이 변한 말이다. ‘안’이 연음화되면서 ‘아니’로 변했다. 그리고 뒷말 ‘꼽다’는 ‘휘어지다’ 의미를 지닌 형용사인 ‘굽다’가 변한 말이다.

이쯤되면 정답이 거의 다 나왔다. 바로 오늘 문제 ‘아니꼽다’는 장이 뒤틀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상대가 ‘아니꼽냐’라고 말하면 “왜 속이 뒤틀리냐”는 물음과 같은 뜻이 됨을 알 수 있다. / 문화ㆍ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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