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도 어지간히 물러간 모양이다. 도로변 꽃집에 즐비하게 늘어선 봄 꽃들이 눈이 시리도록 화사하고, 행인들의 옷 또한 얇고 화려해진 것이 눈에 띈다. 봄 들녘에도 농업인들이 잰걸음으로 영농준비에 한창이지만 농업인과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농협 직원으로서 마음이 결코 편하지 만은 않다.

지금 우리 농업은 쌀시장 개방확대와 수입농산물의 범람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둡고 불확실한 미래로 농업인들의 마음 또한 암울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농업과 농촌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농업은 단순히 먹을 거리만을 생산하는 1차 산업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환경과 생명을 가꾸고 지켜 나가는 소중한 생명산업이기 때문이다. 논과 밭에 대한 사회경제적과 홍수조절효과 환경보전효과 등 다원적 기능으로서의 가치평가는 약 5조원 정도이고, 산림까지 합친다면 1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350만 농인의 노력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구당 연간 700만원 정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하니 그 가치와 존재의 중요성 내지 당위성은 실로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농업 농촌은 우리가 지키고 또한 다음 세대에 물려 줄 의무도 있는 것인 만큼, 건전한 대물림을 위해서라도 온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정부와 농업인의 힘만으론 농업 농촌을 지켜 나갈 수 다. 농촌에서 다시 상생의 문화가 되살아 나고 새로운 생명력과 희망이 솟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따뜻한 애정과 성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특히 전 국민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민이 발벗고 나서야할 때이다.

때마침 농협에서는 지난 해부터 우리 농업 농촌문제에 대해 온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고자 '농촌사랑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어려움에 처한 농업인에게 실로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는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농협에서는 '농촌사랑운동'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 것이 '1社1村 자매결연'사업과 '농촌사랑예금'의 출시라 할 수 있다.

'1社1村 자매결연사업'은 각급 기관 단체 기업체 등이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음으로써 지속적인 상호교류를 도모하고자 하는 농촌사랑운동의 실질적 실천사업으로서 금년도 1만 건 결연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중앙부처는 물론 충북도청에서도 각 실국별로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등 활발게 전개되고 있다. 이 사업은 의욕을 상실해가고 있는 농업인에겐 모처럼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됨은 물론, 각급 기관 단체 기업체의 입장에서도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사회봉사활동을 농촌과 연계함으로써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예금가입액의 0.1%를 농협이 농촌지원기금으로 출연하는 '농촌사랑예금'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판매개시 1개월 만에 가입좌수 13만 2천좌 가입금액 4조 3,500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고객들로 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판매 개시 첫 날 가장 먼저 가입한 이원종 도지사를 필두로 8천명 가까이 이 상품에 가입하는 등 농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농산물수입개방으로 우리 농산물은 품질과 물량 가격 등 모든 면의 경쟁에서 밀리고 쫓기는 넛 크래커(Nut Cracker)현상을 심하게 겪고 있다. 그러나 '93-'94 UR체결 당시만 해도 목소리 높여 보여 주던 관심이 경제논리에 밀려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농업 농촌에 대해 “내 것도, 나의 일도 아닌데 어떠하랴”?식의 안일한 무관심은 이제 그만 떨쳐 버릴 때이다. /농협 충북도청출장소 소장 박 연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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