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엮어낸 3박 4일간의 상봉은 50년 분단의 고통을 온몸으로 토해낸 한편의 드라마였다.

특히 통한의 세월속에 마모된 부인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워주며 절규하는 남편의 눈물은 1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대신하기에 충분했다. 시집간 지 닷새만에 헤어진 뒤 홀로 청춘을 다 늙히며 수절한 한 어머니의 애절한 남편찾기 사연도 6.25가 만들어낸 비극의 한 페이지였다.

또한 여성들의 슬픈 상봉도 목격됐다. 『통일이 되면 본처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방북한 이선행씨(81)·이송자씨(82)부부가 이선행씨의 북쪽 아내 홍경욱씨(76)를 만나고 나서 이송자씨가 한 말이다.

이송자씨는 남편을 북측 아내에게 보내주는 것을 순리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남편이 남쪽에서 새로 아내를 맞은 것도 사람사는 도리인데, 이 드라마는 남편이 옛 부인을 만나면서 도리는 오히려 순리가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통일이 되면 아내의 자리를 포기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 여성사의 기막힌 삶의 단면이 표출된 것만으로도 분단의 아픔을 실감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상봉 마지막날인 지난 17일 오후. 북측의 하경씨(74.촬영기사)는 재혼한 부담때문에 자신을 만나길 꺼려했던 남측의 부인 김옥진씨(78)를 보자마자 깊게 포옹했다. 그리고 연예결혼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듯 아들 3형제가 보는 앞에서 입을 맞추었다.

50년 분단의 아픔과 그리움을 토해낸,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스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