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포성이 울려 퍼지고 동족간에 아무런 명분도 없이 전쟁이 발발했으며 전쟁을 체험한 세대들에게는 그 6월의 잊기 어려운 악몽이 가슴속 깊이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6.25참전 용사들은 20세를 갓넘은 청춘의 나이에 호국전선에 참전했고 학생의 신분으로 전투에 참여했던 학도병들도 이제는 대부분 70세 전후의 고령으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분들은 50여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온몸으로 참아내면서 돌아올 리 없는 남편과 자식을 기다리며 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돌아올 것만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분들이 지켜내고 일으켜 세운 덕분에 우리는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생활의 모든 분야로 속속들이 파고 들어온 전자산업과 물질문명의 결과는 이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점점 잊혀지게 만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이분들의 공훈에 마음으로부터 감사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서슴지 않고 나서겠다는 각오를 하는 일은 국민 각자가 알아서 해야만 할 일이다.

6.25를 맞아하면서 이분들이 살아온 날들 중에 가슴 뿌듯한 감격으로 맞이했던 아침이 과연 며칠이나 됐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동안 우리는 나라를 재건하자고 외치며 보릿고개를 넘고 새마을을 건설하고 올림픽을 치루는등 실로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기계문명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다가왔음에 기성세대들이 겪은 고생스러웠던 시절의 추억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없지 않을까 한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중 6.25전후(戰後)세대는 구성비가 80%를 넘고 있으며 청소년 인구도 3분의 1에 달하고 있어 호국의식이나 통일관이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이 앞선다.

자유롭고 평화가 보장된 조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은 우리 기성세대들의 몫이다. 청소년들이 흘러간 역사에서 귀중한 교훈을 배우며 장차 우리나라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일생의 목표에 끼워 넣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으로 장성할 수 있도록 6월 한달 만이라도 옷깃을 여미고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새겨 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 지금 한반도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민족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고 세계속으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라의 소중함을 명심하고 우리 나라가 새천년 첫 세기의주역이 될 수 있도록 힘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

그리하여 비극으로 간직하고 살아왔던 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지는 6.25를 전화위복과 민족재통합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온 겨레가 감격으로 맞아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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