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첫 구절에『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첫째가 바로 이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을 들수 있다.

이렇듯 언어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선 안될 필수불가결한 요소중 하나이다.

사람은 누구나 말로써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한다.

언어는 또한 그 사람의 인격과 양식을 담아내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상과 수양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화중 건낸 말 한마디가 때로는 언 가슴을 녹여 주기도 하지만, 타인의 가슴에 천추의 한을 남기기도 한다.

상대의 감정과 기분은 아랑곳 않고 푼수처럼 떠들어 대는 부류들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보더라도 세치의 혀가 화근(禍根)이 되어 일을 그르친 경우는 허다했다.

반면 세치의 혀로 남긴 말이 인구에 회자되어 후세에 길이길이 전해 오는 주옥같은 명언들도 수없이 많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악법도 법」이라는 명언은 실정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갈릴레오가 교황앞에서 스스로 천동설을 부정한뒤 돌아서서「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한 대목은 진리는 영원할수 밖에 없다는 여운을 던진다.

이밖에도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말한 나폴레옹의 말은 지칠줄 모르는 불굴의 의지를 함축하고 있으며, 맥아더 장군이 퇴역의 자리에서「노병은 죽지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표현한 말속에는 천근같은 군인정신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우리 속담에도 헛디딘 발은 빼면 그만이지만 헛나온 말은 주워담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다.

모리 요시로가 일본총리에 취임한 이후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와는 대조적으로 잇딴 실언과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아 연일 일본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얼마전에는 살아있는 멀쩡한 정치선배, 사카다 미찌다 전 중의원의장을 고인(故人)으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일본을「천왕중심의 신의 나라」라고 발언하여 일본 야당들의 즉각 퇴진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세치의 혀를 잘못 놀려 신세를 망친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폭탄주에 놀아나 횡설수설하다가 상사를 낙마시키고, 본인마저 구속됐던 진형구 전공안부장의 경우이다.

흔히들 현대는 자기 PR의 시대라고도 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라고 우스개 소리도 한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바쁘고 인심이 각박한 탓일까.

자기자랑도 두번 이상 반복되면 상대방의 짜증을 유발하는 법이다.

잊을만 하면 튀어 나오는 일본 정계 각료들의 對韓 망언들.

모름지기 간부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

경솔하면 잦은 실수를 유발하게 되고, 입이 가벼울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는 탓이리라.

하물며 일본정계를 대표하는 총리의 이같은 실언은 일본열도만 떠들썩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리총리는 오는 29일 한국을 방문키로 예정돼 있다.

진의가 어디에 있든 그가 발언한「신의 나라」운운은 우리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천황을 신격시한 그들의 황국사관이 한때 한반도의 침략과 식민지 수탈로 이어졌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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