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열린 제 18회 전국연극제에서 충북 청년극장의 「세월이 가면」이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예도(藝道)충북을 빛낸 경사로 풀이된다.

충북대표로 참가한 청년극장은 대통령상과 더불어 연출상과 희곡상까지받는 등 겹경사를 맞았다. 청년극장의 이번 수상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피나는 각고의 결과였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간 열악한 조건속에서도 차원높은 연극예술을 창출하며 전국무대에서 내로라는 극단과 어깨를 겨룬끝에 정상을 차지한 청년극장의 스탭, 출연진 모두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이번의 수상은 실로 8년만의 일이다. 지난 92년 상당극회의 「사로잡힌 영혼」이 대통령상을 받은데 이은 두번째의 쾌거다. 그러나 전국연극제가 탄생하기 이전까지 전국규모의 연극경연을 합치면 충북이 모두 다섯차례나 전국정상에 서는 진기록을 세운 셈이다.

전국적으로 보아도 이같은 수상실적은 충북이 유일하다. 열세도 충북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전국무대에서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다. 도립이나 시립극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한 예산지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연습기간동안 새우잠을 마다않고 끼니 태반을 라면으로 때우며 오로지 극예술 발전을 위해 매진한 충북연극인들의 헌신적 창조정신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에도 이에대한 범도민적 인식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일말의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체전이나 무슨 기능대회에 석권을 하면 거도적인 환영행사를 벌이면서도 문화예술에 관한 이같은 성과에 대해선 대체로 냉담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새 천년을 가르켜 흔히 문화의 시대라고 찬사를 늘어놓으면서도 막상 이에대한 관심은 바닥권이다. 청년극장을 비롯한 충북연극의 이같은 업적은 충북을 빛내고 충북의 문화예술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획기적 사건이나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별로 뜨겁지 못하다.

문화예술은 창조자만의 일이 아니다. 창조자와 수용자가 어느정도 박자를 맞추고 당국이 밀어주는 삼위일체속에서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충북의 연극예술 인프라를 점검해 볼 필요가 다분히 있다.

도립, 시립극단 창단의 당위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으나 다람쥐 체바퀴돌듯 여전히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예산상의 문제점을 모르는바 아니나 연극예술의 비중과 이러한 업적을 감안한다면 언제까지나 미뤄둘 일이 아니다.

국립극장에서 가장 먼저 태동한 단체는 바로 국립극단이다. 충북연극인들이 연극공연과 연습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공간확보가 미진하다는 점이다. 물론 1천3백석에 달하는 청주 예술의 전당이 있긴 하나 비싼 대관료에다 이런 저런 행사폭주로 연극인들이 차지하기엔 너무나 먼 무대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연극전용 소극장을 건립했으면 한다. 객석 4∼5백석 정도의 소극장이라면 연극인의 보금자리로 연중 막이 오르는 상설무대를 꾸밀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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