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시작이다. 밀레니엄이다 해서 온 나라가 온통 축제의 물결을 이루면서 희망찬 2000년을 맞은지도 어언 6개월이 지났다. 이때만해도 온 국민들은 새천년을 맞으면 삶의 질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나오자 온 겨레가 모두 환영했고 이는 세계적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분단 50년만에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월 15일 5개항 합의문을 발표하고 곧바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세부협의를 거쳐 오는 8월 15일을 즈음해 남과 북이 각각 100명씩을 이산가족 상봉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민족적 현안사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자 온 국민들은 환영했고 마치 통일이 다가오는 양 기대에 부풀어 신바람이 났던 것이 얼마전의 일이다.

이처럼 온국민이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남북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터진 의약분규가 불거지면서 돌연, 올 여름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의사협의 병의원 폐업사태로 일주인간이나 전국 각 병원이 문을 닫고 환자진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큰 고통을 겪다가 끝내 정부가 의사협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조건(약사법개정)으로 폐업을 철회했다.

결국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손을 든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약사회가 반발하고 나서 오는 9일 「국민건강권 수호 및 의약분업 원칙사수 결의대회」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의약분업의 원칙 훼손에 반대하고 약사개악을 저지한다는 의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번에는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은행파업을 전제로 찬반투표를 거쳐 아예 은행업무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금융대란」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국민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이 국가 신인도가 추락할게 뻔하다. 오는 11일 총파업을 결정한 금융노조는 ▶ 노조와 합의 없이는 금융권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 금융지주회사법 제정방침 철회 ▶ 관치금융 철폐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극한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금융노조는 근무여건 개선등이 아닌 생존권 차원의 몸부림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IMF사태를 겪으면서 금융권의 문제점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알게 된 사실이다.

외환위기나 금융구조조정 정책이 일관성있게 빨리 추진됐더라면 지금에 와서 이런 파국 양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병원폐업과 은행파업양상 등 이 모든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부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유난히도 무더운 올 여름이 더욱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국민들이 정부정책을 불신하고 집단간에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의 에스컬레이터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금융노조 설득에 나서고 있는 정부측에서는 정치력을 발휘해서라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청량제가 될 만한 해법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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