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엔 수마(水魔)가 그냥 지나치나 싶더니 여름의 끝자락서 이내 심술을 부렸다. 지난 24일부터 퍼 부은 늦장마는 충청권에 평균 200㎜안팎의 비를 뿌렸고 전북 군산에서는 600㎜가 넘는 호우가 쏟아져 내렸다.

이번 비 피해를 전국적으로 보면 10명 사망에다 2만여 @의 농경지가침수됐고 피해액만도 1백40억여원에 달하고 있다. 충북지역에서도 1명 사망을 비롯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곳곳에서는 도로가 유실되었으며 탐스럽게 익어가던 과일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비닐재배 농가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물바다로 변한 농경지와 시설채소단지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아픔이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풍작의 꿈에부풀어 있던 농심(農心)이 일시에 멍들었다.

해마다 겪는 물난리인데에도 수방대책은 늘 제자리 걸음이다. 수해가 나면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는둥 수방대책, 물관리의 허점을 지적하고 자성하지만 히말라야 산맥에 산다는 야명조소조(夜鳴朝巢鳥)처럼 간밤의 악몽을 말끔히 잊어버리고 만다.

재작년의 수해복구가 끝나기도전 작년의 물난리가 그 위를 덮치고 작년의상처가 아물만 하면 또 수해의 상처가 덧나고 있다. 지난날의 수해복구를완벽하게 해놓았던들 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터인데 눈가림식으로 쌓은 둑이 작은 물살에도 툭 터져 농경지 침수를 번번히 부채질하고 있다.
이래서 우리의 홍수피해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말이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근본적인 천재야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지만 이중 상당수는 극복할 수 있는 재난인데에도 대비태세가 늘 소홀한 것이다.

국도를 지나치다보면 아찔한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산비탈 절개지에서낙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에도 방지대책은 「낙석주의」라는 팻말이 있거나 철망을 쳐놓는 정도다.
낙석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함에도 당국의 대처는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옹벽을 쌓고 견고한 시멘트공사로 낙석의 위험을 차단하는 선진국의 도로관리와 비교할때 매우 후진적인 입장이다.

이번 늦장마로 또하나 반성해야 할 점은 자연파괴로 인한 기상이변이다.요즘의 장마와 가뭄과 폭설 등은 시도 때도 없다. 기상대의 예보가 있긴했으나 장마철이 지나고 추수를 앞둔 시점에서 이렇게 장대비가 쏟아져 농사를 망칠줄은 대개 몰랐던 것이다.

지난 봄에는 동해안 산불로 백두대간이 허연 등뼈를 드러냈다. 거기에다지자체 수입에 급급한 난개발로 국토는 신음하고 있다. 적은 비에도 살갗이 벗겨진 산등성이에서는 자연의 신음인듯 황톳물이 주택가로 농경지로 마구 밀려들고 있다.

인과응보를 생각한다면 그동안 자연에 대해 지은 죄를 속죄하고 반에 반만이라도 자연의 원래 형상을 되찾아주는 일이다. 산에 나무가 없으면 산사태는 자명한 일이요 배수구가 막히면 둑이 터지는 법이다.
만성 혈전증을 앓는 수방대책에 일대 수술을 가할 일이다. 늦 장마 수해복구를 거듭 촉구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