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청주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시민영화감상회 「다큐_네모난 현실」이 열렸다. 매주 토요일 오후 이 복지관 2층 강당은 영상과 현실간의 대화를 경청하는 관객들의 열기로 후끈 달구어졌었다.

행사를 주관한 영화모임 씨네 오딧세이 관계자들에게는 상영시설이 구비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의 올봄 개관으로 큰 걱정을 던 셈이 됐다. 그렇지 않았다면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이 행사를 어떻게 치렀을까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한 것이다.

최근 지역에서는 영상문화의 중요성과 일반 시민의 관심도 점증을 반영하듯 적지않은 영화감상회가 마련되고 있다. 바로 얼마전 여성단체들이 열었던 「제2회 여성영화제」처럼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이 환경·여성·인권 등 이슈별로 접근하는 영화제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호소하는 문제는 상영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최신식의 멀티플렉스는 꿈꾸지 않더라도 최소한 1백∼2백명 정도가 편안히 앉아 좋은 화질로 감상할 수 있는 상영공간이 전무한 것. 어쩔 수 없이 각종 공공기관이나 복지시설의 강당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2시간 이상 버티기 괴로운 딱딱한 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좌석간 높낮이가 확보되지 않아 앞사람 머리 때문에 화면을 제대로 볼수도 없으며 음향도 시설에 따라 수준차가 너무 심하게 난다. 더욱이 덥거나 추울 때 행사를 마련하려면 냉난방 시설에 대한 부담도 보통 만만한 게 아니다.

이번에 열린 시민영화감상회 또한 강당 바닥에 의자를 나열하다 보니 화면시야를 가리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었다. 의자를 지그재그로 배열하는 등 방법을 강구했지만 뒷좌석의 관객들은 별수없이 뎅겅뎅겅 잘려나간 화면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것.

이같은 현실에서 청주시가 사직동 옛 국정원 충북지사 청사에 영상문화관을 조성한다는 소식은 오랜 가뭄에 소낙비 만나듯 반갑기 그지없다. 영상문화의 편식증을 심화시키면서 일반 국민의 영상문화에 대한 인식의 저열화를 부추기는 상업적 목적의 영상물 배급·상영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이 될수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기적인 상영공간으로써만 아니라 자료보존 및 교육·연구, 그리고 구체적인 창작작업지원까지 그 기능의 폭이 광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문화관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청주시는 일단 오는 9월4일 청주시의회에서 통과될 추경예산안에 5억2천2백여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3층 건물인 본관에 영상실, 문화강좌실, 전시실 등을 마련하고 부속건물인 2층 후관을 체력단련실, 탁구장 등으로 조성, 내년1월 시민을 위한 문화·레저공간으로 개방한다는 것.

올해 5회째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부산시의 경우 영상문화를 전략산업으로 채택, 독보적인 걸음을 내딛고 있기는 하지만 청주시의 영상문화관 조성 또한 그 못잖은 의미를 띠고 있다. 영상문화시대를 주도적으로 살아나갈 미래의 시민양성을 위한 의미있는 투자로써 영상문화관은 충분히 그 몫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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