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만들어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청주에서 그 문화사적인 의미와 미래의 정보문화를 가늠하는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가 어제 전야제를 신호탄으로 개막됐다.

국제화, 지방화, 정보화 물결이 동시에 밀려드는 새 천년의 첫 계단에서 「문자문화의 지난 천년, 새 천년」이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팡파르를 울린 이번 박람회는 문화도시 청주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 세가지조건을 충족시키는 정보문화의 큰 축제가 되리라 기대한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새 천년은 지식산업의 시대이며 삶의 패러다임과 사회의 구조가 정보화 쪽으로 바뀌어 가는 변혁기이다. 이 변혁기를 맞아청주가 갖고 있는 역사적 역량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인쇄출판 박람회를 연것은 청주의 지역적 특성과 시대적 흐름을 잘 간파한 조치라 하겠다.

역사란 것은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며 박물관의 유물처럼 화석으로 굳어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는 미래를 들여다 보는 인류의 거울이며 살아움직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상당수의 축제들이 역사적 당위성을 도출하지못하고 방황하는 것과 대비하면 인쇄출판박람회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청주의 상징성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심체요절」하권에 명기했듯 이 책은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한 것이고 유네스코가 지난 1972년 파리도서축제에서독일의 구텐베르그 활자보다 78년 앞선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따라서 「직지」와 이를 인쇄한 「흥덕사지」는 누가 뭐래도 청주 역사문화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그러한 꿈이 기필코 실현되리라 본다.

「직지」의 가치는 단순히 금속활자로 책을 만들었다는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특정인 몇몇이 알고 있던 내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있었다는 점에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처음 가능케한 일대 정보혁명이었다는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한 역사적 무게를 가지고 현재를 타진하며 미래의 정보문화를 개척해나가는 것이 이번 박람회의 의미다. 「직지에서 디지털까지」라는 슬로건이말해주듯 어제의 영광에 안주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영광을 토대로 새로운세계에 도전하자는 것이 박람회의 취지다.

정보문화의 발상지로서 자리매김은 일석일조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박람회와 더불어 온 시민의 참여정신, 개척정신이 곁들여질때 청주는 인쇄문화의 도시로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때마침 세계 문자의 거리도 청주예술의 전당 일대에 조성되었고 또 청주사상 처음으로 직지 오페라가 세종문화회관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막을 올린다.

지역문화의 창달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주인정신을 갖고 지역문화를 아낄때 그 지역문화는 바로 세계문화로 확산되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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