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를 관리하는데 있어 서구에서는 「복원」보다 「보존」에 더 심혈을기울인다. 잘못 복원하면 아예 복원이전의 상태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이유로 가급적 복원을 피하고 보존쪽을 선택한다.

로마의 콜로세움은 2천년이 지나는 동안 비 바람에 깍이고 이리저리 훼손되었어도 그들은 이를 2천년전의 원래모습으로 복원치 않는다. 무너지는곳에 버팀목을 설치하는 등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의 논리를 지키고 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그 성벽도 마찬가지다. 중세의 웅장했던 성벽은 무너지고 곳곳에 성벽의 일부만 남아 있으나 전체의 성을 옛 모습대로 다시 쌓지 않는다.
비록 허물어진 성벽이긴 하나 그곳에선 중세 대학도시의 정취와 「황태자의 첫 사랑」이 스믈 스믈 피어 오른다. 그 역사의 체취를 맡기위해 찾아드는 관광객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툭하면 복원이다 뭐다하면서 법석을 떨기 예사다. 물론 해당문화재가 붕괴위기에 있다든지 멸실이 우려되는등 나름대로의 복원 당위성이야 있는 것이지만 이것이 남발될 경우 문화재는 제 맛을 잃는다.

그 대표적인 개악(改惡)의 사례를 우리는 보은 삼년산성에서 찾게 된다. 삼년산성 복원은 당초의 판암을 사용치 않고 화강암으로 새마을 사업을하듯 말끔히 단장을 해놓았다.
엄청난 경비를 들여 복원한 삼년산성이 고즈넉한 옛 맛을 잃었다. 이때문에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거론되었다가 취소되었다는 뒷 이야기도 있다.그냥 두면 아름다운데 고쳐서 탈이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문화재는 문화재대로 엉망이 되었다.

문화재 복원중에서도 더 큰 문제는 제자리에서의 복원이 아닌 이전복원시나타난다. 댐의 건설이라든지 공단의 조성등으로 불가피하게 문화재를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주마간산격으로 복원을 하게되면 문화재의 본래가치가 반감된다.

청원문화재단지내에 있는 「아득이 고인돌」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고인돌은 대청댐 수몰로 지난 79년 충북도에서 원래 있던 가호리로 부터3백m 떨어진 곳으로 옮긴 것을 97년 청원문화재단지가 조성되면서 다시옮겼는데 제모습이 아니다.
고인돌의 덮개돌과 무덤방은 방향이 일치해야 함에도 십자형으로 엇갈려있으며 덮개돌도 거꾸로 뒤집혀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는 통에 다음 단추도 잘못 꿰는 우(愚)를 범한 것이다.

애초부터 전문가의 조언을 거쳐 완벽하게 복원해야 할 것을 대충 대충 옮겨놓는 통에 21년 동안이나 엉뚱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은 것이다.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손을 안대는 것이 현명하다. 부득이 관련문화재를 이전하거나 복원할 경우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사항도 아니다.

가급적이면 복원이 아닌 보존쪽으로 문화재 관리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옛 것을 헐고 복원을 하면 어쩐지 옛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시멘트 문화의 냄새가 전통의 체취를 앗아가는것 같다. 보다 신중한 문화재 관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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