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도시로 통칭되는 청주가 세계문화도시포럼으로 선정됨과 동시 내년국제문화포럼 개최지로 확정되었다는 것은 문화도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세계속에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미 본보에 보도됐듯 청주시는 일본 도오쿄오에 본부를 둔 UN대학교가 조직한 세계문화도시포럼 회원도시에 일본의 가나자와시, 포루투갈의 리스본, 말레이시아의 페낭, 네팔의 카투만두와 더불어 선정됐다.

선정된 도시에서는 번갈아가면서 매년 국제문화포럼을 열며 도시발전의 모델 제시와 발전잠재력을 진단하고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내년에 이 포럼을 주최할 청주시는 UN대학교 고등연구소와 일본 석천(石川)국제협력연구소로 부터 70만엔의 연구비를 받았다. 얼마 안되는 연구비이지만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문화기구로 부터 연구기금을 받았다는 자체에 상징성이 있다고 보겠다.

국제문화포럼 도시로 선정된 곳을 보면 그 나라의 수도이거나 대부분 고도(古都)이다. 청주가 이들 도시와 어깨를 견주며 세계 무대에 선다고 하니 일면 가슴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내년 청주에서 열린 국제문화도시포럼을 앞두고 은근한 걱정이 생긴다. 재정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도 청주가 고도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지 관광객이 청주를 찾을때 안내할 곳이 마땅치 않다. 흥덕사지나 국립청주박물관, 상당산성등을 돌고 나면 별로 갈 곳이 없다. 청주는 통일신라시대에 서원경(西原京)이 설치된 1천3백여년의 고도이면서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잘 알려지다시피 청주읍성은 일제의 침략과 더불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사대문마저 철거되었다. 서원경성(西原京城)의 치소(治所·정치행정의 중심지)로 추정되는 청주읍성은 도시 근대화라는 미명아래 성벽은 물론 청주목과 충청병영내의 객사도 대부분 없어졌다.
이런 와중속에서 청주목의 동헌이 가까스로 살아남아 있으나 비 바람에 씻기고 지자체에서 서로 떠미는 통에 퇴락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게다가 일제치하를 거치며 성안길에는 이른바 적산 가옥이라 불리는 일본식 가옥이 상당수 남아 있다. 입간판만 들추면 일제의 침략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 옆으로는 서구식 빌딩이 잇따라 들어서 전통문화와 일제의 잔재와 서구의 건축문화가 혼재돼 있는 것이 청주 건축문화의 현주소다.

만약 조선시대의 청주읍성과 사대문과 청주목의 객사가 그대로 남아 있고청주읍성안에 민가가 그대로 존재됐더라면 청주의 진가는 개발된 모습보다 훨씬 더 많은 문화의 부가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청주를 청주답게 가꾸려면 고도로서 전통적인 요소를 되살려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1백%의 복원은 불가능하나 반에 반만이라도 서원경성의 모습을 찾았으면 한다. 청주목 관아공원의 조성이라든지, 청주읍성 사대문만이라도 번듯하게 복원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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