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순기능만 가지는 제도는 하나도 없다. 다만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할려고 노력할 뿐이다.
조선시대의 토지제도 또한 그렇다. 조선사회 세목의 근간이 되는 조(租)·용(庸)·조(調)를 대동법으로 바꾸고 다시 균역법으로 고쳐봤지만 거기에 따른 부작용은 늘 있기 마련이었다.

정치제도도 마찬가지다. 고대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서부터 군주제도,봉건제도 등 인류사에는 수없이 많은 정치제도가 출몰하였으나 구성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도는 찾질 못했다.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도는 역사의 시행착오를 수도없이 거치면서 가까스로 착근한 민주주의요, 지방자치제도다. 「민주주의가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제도는 아니나 아지껏 이보다 더 나은 제도를 찾지 못했다」고 어느 정치가는 말한다.

토크 빌의 말대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다. 민주주의를 배우는 곳이 바로 지방자치에 있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서구에 비해 그 역사가 일천하다.
지방자치가 부활된데서부터 따지면 이제 겨우 5학년생이다. 아직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지방자치를 두고 성급히 점수를 매겨 낙제생 운운하는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시적 성과를 당장 보려면 어린이 회장을 뽑고 어린이회를 구성할 것도없이 교장이나 담임교사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된다. 그런데에도 어린이 회장을 뽑고 장시간 학급회의를 여는 것은 자치능력의 신장기회를 주는 것이요 민주주의 운영에 대한 일종의 적응 훈련이다.

최근 여야 국회의원 42명이 자치단체장 임명제 전환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아무래도 민주화, 지방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로 해석된다.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기초단체장에 대해선 과거와 같이 임명제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인데 이거야 말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칸 태우는 격이다.

기초단체장 선출이 군정수행에 있어 비효율적인 면도 다분히 있고 또 이에따른 부작용도 많은게 사실이다. 무리한 사업추진이라든지, 선심성 행정등 으로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드는 점이 그러한 예이다.
이는 행정에 대한 미숙지라든지, 일부 단체장의 전횡, 지자체의 방만한 운영, 그리고 지방선거에 편승한 재선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을 꼬이게 만들기 일쑤다.

이러한 부작용은 연륜을 거듭하며 부단한 자기반성과 개혁으로 지방자치의물꼬를 바로 잡을 일이지 물꼬의 흐름이 잘못됐다하여 숫제 물꼬를 막는다는 것은 쥐를 잡으려다 독을 깨는 격이다.
지방자치란 실로 머나먼 여정이다. 마라톤과 같은 긴 코스를 반환점도 돌기전에 실격패시킨다는 것은 주자와 구성원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행위이다.

풀 코스를 뛴다음 그 다음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그때가서 다시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몸이 아프고 갈증이 나는데 부작용을 우려해서 약을 외면하거나 물을 마시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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