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은 웃음과 노래에 춤사위까지 등장하는 등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 8월15일 서울 워커힐호텔에 마련된 1차 상봉장에서는 애절한 통곡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이번 상봉은 사뭇 다른 광경이다. 2차 상봉이 이뤄진 센트럴시티에선 불과 10여분만에 울음이 그쳤고 술이 한순배 돌자 참석자들 사이에 우리의 소원과 아리랑 등 우리민족의 애창곡이 울려퍼졌다. 상봉 이틀째도, 평양에서도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흥겨운 분위기가 넘쳐났다.

그러나 75세의 아들과 1백세의 어머니가 토해냈던 피울음소리에서 분단의 아픔을 겪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느껴야 했다. 이번 2차 남북상봉단은 1백30여명이 70세 이상의 고령자이고 90세 이상도 5명이나 된다고 한다. 시간이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남북을 합쳐 아직도 이산의 아품을 겪고 있는 70세 이상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26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전에 혈육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인지 기약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초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해 왔으나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인도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안도감이 들긴 한다. 이제 남북한 당국자는 체제유지를 위한 이념과 형식논리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고 이산가족 상봉이 단발성 행사가 아닌 일상적인 만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3차 상봉도 남북이 합의한 상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헤어진 가족과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면회소 설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