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도 지겨운데 동장군이 연일 심술을 부리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발달한 찬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으며 전국을 냉장고로 만들고 있다.
 강원도 지방은 영하 20도 이하로 수은주가 곤두박질 쳤으며 충청권도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추위속에 세상 만물이 벌벌 떨고 있다.
 폭설을 동반한 이번 추위는 15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그동안 겨울이 너무 따뜻하여 겨울이 실종됐다는 얘기도 회자되었으나 이번 추위는 참으로 겨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혹한이라 할 수 있다.

 혹한과 폭설로 전국의 도로와 출근길이 일대 혼잡을 빚었으며 이에 편승한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였다. 병원에는 얼음판 길을 걷다 넘어저 몸을 다친 낙상환자가 줄을 이었고 자동차 정비업소에는 사고차량으로 한바탕 북새통을 치렀다.
 어디 그뿐인가. 수도 동파가 잇따랐고 제주행 항공기도 결항사태를 빚었다. 한파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곳은 농촌지역이다. 빚을 내어 지은 비닐 하우스가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아 겨울 농사를 망쳤는가 하면 가축이 폐사하는 예도 여러 곳에서 발생하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재해하면 으레 여름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름철의 홍수나 가뭄 등은 큰 재해로 간주하여 신속히 대처하는 편이나 눈 피해 등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듯 하다.

 겨울 농사가 엉망이 되었는데에도 피해복구나 시설복구 자금은 쥐꼬리만 하다. 도시에서도 툭하면 제설장비로 쓰이는 염화칼슘이 동나기 일쑤이고 기타 제설장비도 턱없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눈이 오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동구밖이나 제 집앞의 눈을 말끔히 치웠는데 요즘은 제 집앞이나 골목길조차 쓸지 않고 있다. 이런 각박한 세태속에서 늘어나는 것은 교통불편이나 낙상환자이니 결국 무관심과 지나친 이기주의가 부른 자업자득이다. 땅덩어리보다도 더 굳게 사람들의 마음이 얼어 있는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 농민은 슬기롭게 눈 피해를 극복했다. 폭설에 대비하여 비닐 하우스의 천정 일부를 열어 둔것이다. 비닐 하우스를 덮친 눈은 그 열린 문을 따라 슬슬 녹아 내렸다. 이 간단한 자연의 이치를 많은 사람들이 어찌 몰랐던 것일까.
 제주도의 돌담을 보면 얼기 설기 엉성하게 쌓여 있는듯 하다. 그러나 제주도의 강한 바람은 이 돌틈새를 통해 담을 무너뜨리지 않고 지나간다.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돌담을 빼곡히 쌓는다면 오히려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다.

 눈과 바람이란 닫힌 공간을 강타하고 열린 공간을 슬며시 통과하는 법이다. 바람이 심할때는 그 바람길을 열어주는게 피해가 훨씬 덜하다. 바람이 몰아쳐도 앞문, 뒷문을 함께 열어놓으면 어지간해서 집이 무너지는 법이 없다.
 세상살이도 바람앞의 돌담처럼 그 길을 살며시 열어 놓는다면 훨씬 안전하고 따뜻해질텐데 너나 할것없이 잔 바람만 불어도 온갖 창문을 걸어 잠그는 통에 더욱 각박해지는 것이다.
 아무튼 재해 농가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피해복구에 서둘러 나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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