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정의 행복을 깨는 주된 요인은 바로 빚이다. 영국의 정치가인 리처드 스틸은 그의 친구에게 6백 파운드를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쓸려고 그러냐고 친구가 묻자 스틸은 빚을 갚으려 한다고 대답했다.
 보들레르는 「낙엽은 빚장이의 발자국 소리」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의 속담에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 있다」고 했다.
 구약성서에는 「가난하면 부자의 지배를 받고 빚지면 빚장이의 종이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된변」이라는게 있었는데 5부의 이자를 무는 고리채였다. 오늘날에도 사채시장에서 1할의 높은 이자를 내는 속칭「달러변」이라는게 있다.

 이자의 높낮이야 제각각 이지만 경제난이 심화된 이후 소위 된변이나 달러변도 옛말이 되고 말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고리 사채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리 사채는 주로 담보 물건이 탐탁치 않은 도시 서민층에서 음성적으로 번지며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제는 삼투압처럼 농촌사회로 파고 들며 농촌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
 보은 지역의 일례를 들면 1천만원을 빌릴 경우 1년뒤 모두 2천2백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리가 무려 120%나 되는 초고리 사채가 농촌사회에서도 성행한다는데 큰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고리사채 업자중에는 현직 군의원이나 전직 금융권 인사, 모 사회단체장 등 지역사회 지도급 인사가 포함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고리사채를 근절하는데 앞장서야할 지도층 인사들이 오히려 고리사채놀이를 한다면 가히 조폭적 행태나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지금 농촌의 사정은 필설로 말하지 않아도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농가의 평균 빚이 2천만원에 달해 있는데다 뜻하지 않은 설해(雪害)를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구제역에 이은 광우병 파동으로 축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농가 부채를 갚기 위해 빚을 내어 빚을 갚는 빚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고민끝에 목숨을 끊는 일까지 간혹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시점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어도 시원치 않은데 오히려 이들을 대상으로 터무니 없는 돈놀이를 하고 있다는 소문은 듣기에도 참으로 민망한 얘기다.
 우리는 그동안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 불감증이나 도덕적 해이 현상을 수없이 보아왔다. 지역사회의 버팀목이 되어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 나가야 할 그들이 힘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채놀이나 일삼는다면 실종된 도덕의 푯대를 도대체 어디서 찾을 것인가.

 제발 보은 지역에서의 이같은 행위가 소문으로 끝나길 바라며 불행히도 사실일 경우엔 당사자의 맹성(盟省)은 물론, 관련기관에서 싼 이자로 비싼 이자돈을 대체시키는 실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채란 당사자끼리의 은밀한 계약이므로 좀체로 드러나지 않으나 이것이 누적되면 봇물터지듯 농촌 경제가 붕괴되는 것이다. 가래로 막을 일을 미리 호미로 막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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