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가 이번 보스턴 마라톤경기에서 우승하게 된 것은 우스갯 소리로 긴 수염 덕택이라고 한다. 마치 삼손의 머리카락을 연상케 하는 그의 수염론(?)은 훈련중에 수염을 깍지 않아, 수염 길이만 보면 훈련기간을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0살의 나이를 감안하면 아무래도 이번 우승은 그의 피나는 훈련과 인내력 그리고 정신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은 틀림없다.

그 정도의 나이가 되면 사실 마라톤 선수로서는 가능성이 없는 나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 정도의 상황이 오면 마라톤을 포기하고 자신의 인생 항로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마라톤을 포기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는 충남 천안 광천고교 1학년 때 마라톤에 입문했지만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 92년 도쿄 국제 하프 마라톤에서 1시간 1분 4초로 한국 신기록을 세운뒤, 96년 후쿠오카 국제 마라톤 대회 우승을 비롯해 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가슴에 승리의 감동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99년 코오롱 소속을 떠나 홀로 고독한 훈련을 시작한뒤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에서 레이스 도중에 넘어지는 불운을 맞아 최악의 성적을 거두면서 국민에게 절망감을 안겨줬지만 그는 한 순간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그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재패했다. 피로회복이 빠른 그의 기록은 훈련중에 기른 수염의 길이에 비래한다고 하니, 과연 이번에는 지난 시드니 올림픽 때 보다 긴 수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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