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굛노동계의 「즉각 실시」와, 재계의 「시기상조」 주장이 맞붙었던 모성보호법안 개정안 실시가 2년 유보됐다. 민주굛자민련굛민국당 등 여권 3당은 지난 25일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 3개 법률개정안에 포함된 출산휴가 확대, 육아휴직급여 정액지급, 태아검진 휴가 및 유산굛사산휴가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여건을 이유로 이같이 결정한 것.
 지난 17일 경제5단체 부회장의 공동기자회견을 계기로 표면으로 부상했던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이같은 현실절충형 결정은 몇가지 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된다.
 우선 정치권, 특히 여당의 현명치못한 대처를 탓하게된다.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자 16대 대선 당시 3당 공약사항이었던 모성보호 관련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몇달째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못되다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정됐다.
 하지만 23일 노동부가 「고용보험 재정 위기론」을 제기하자, 재계가 비용증가에 따른 기업사정 악화를 주장한지 일주일만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신뢰를 받을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많은 여성들의 소망을 담고있고 미래를 위한 전사회적 투자라는 당위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모성보호법안개정이 쉽게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낼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알수있다. 더욱이 재계의 주장이 아니라도 장기적인 실업과 구조조정의 여파 때문에 어려운 살림살이를 이어나가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특히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었다.
 하지만 법안 발의 이후 한동안 본회의 상정도 못하고 질질 끈 정치권은 임시국회 들어서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사태에 대한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재계-여성계 대립이 첨예화되는데도 공청회를 개최하거나 현실을 감안한 합의점을 모색하는 진지한 노력없이 「실시유보」를 결정한 것은 당초부터 적극적 의지가 없었음을 의심케한다.
 또한 수많은 여성들의 인권과 미래의 삶을 담보하고 있는 이 중요한 사안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했다는 혐의를 면키 어렵다. 내년 선거에 대비, 여성표 흡수의 일환으로 관련법안 개정을 시도했다가 현실적으로 여의치않게 되자, 일단 매는 피하고 보자는 고육지책을 쓴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3당 합의문 발표시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경제적 여건이 좋아진 뒤」라는 표현을 썼으며 이완구 자민련총무는 「최소한 2년」이라고 시기를 밝혔다. 모성보호 법안개정시 필요한 예산규모는 얼마인데, 우리의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어떤 단계가 되면 실시가능하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료제시 없이 구렁이 담넘어가듯 밝힌 그 합의의 실효성을 믿을 순진한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치권의 이같은 태도는 가뜩이나 남녀 성별간은 물론 여성계 내부에서도 직능별굛계층별, 혹은 전업주부와 직장여성 간에 미묘한 입장차를 내포하고 있는 뜨거운 사안을 섣부르게 건드림으로써 전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은 고사하고 반목과 불화만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게 됐다. 이는 명확한 의지도 철저한 준비도 없이 정략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너무도 중차대한, 우리 삶의 질과 관련된 사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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